[기자의 눈/주성원]취업 목매는 한국, 창업 꿈꾸는 중국

  • 입력 2009년 9월 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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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 연구기관인 자유기업원은 31일 ‘시장경제 체험 논문 공모’ 대상작으로 숭실대 대학원생 이호재 씨와 이기일 씨가 작성한 논문을 선정했다. 이들은 한국 대학생 149명과 중국 대학생 143명을 설문 조사해 양국 대학생의 ‘창업 의지’를 비교했다. 이 논문이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 대학생의 창업 의지가 중국 대학생보다 부족하다’는 결론 때문이다.

직업 선택과 관련한 ‘안정 지향성’을 묻는 항목(7점 척도)에서 한국 대학생들은 평균 5.76점, 중국 대학생은 평균 4.43점이었다. 한국 대학생들이 ‘안정된 고용과 좋은 퇴직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항목에 ‘매우 그렇다’에 가까운 답을 했다는 의미다. 이에 반해 ‘내 자신의 사업을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는다’는 등 ‘사업 지향성’ 항목에 대해선 4.11점에 그쳐, 중국 대학생의 4.52점보다 낮았다. ‘창업 의지’에서도 한국(3.37점)은 중국(4.32점)에 크게 뒤졌다. 기업가 정신과 관련한 모든 항목에서 한국 대학생은 중국 대학생보다 자신감이 크게 떨어졌다.

‘자유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창업 의지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 뒤진다는 조사 결과는 자못 충격적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한국보다 창업 환경이 나은 것도 아니다. 세계은행의 2009년 기업환경보고서에 따르면 창업에 필요한 절차는 중국이 14단계, 한국이 10단계다. 창업 소요일수도 중국이 40일인 데 비해 한국은 17일로 훨씬 짧다. 창업은커녕 대학생 직업 선호도 조사에서 공무원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지위를 누리는 직업군이 늘 상위권에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업가 정신은 도전 정신이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려는 기업가 정신은 자유 시장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다. 그런데도 사회주의 국가보다 창업 의지가 떨어진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공정한 게임의 룰을 만들어 창업 중소기업을 배려하고 있는지, 기업은 새로운 먹을거리를 위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고 있는지, 우리 사회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탄생한 스타 기업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는지 모두가 고민해 봐야 한다.

창업을 한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삼성이나 현대·기아자동차그룹 같은 대기업군을 일구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 제2의 ‘이병철’ ‘정주영’ 신화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에게 격려와 박수를 보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성원 산업부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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