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박성훈]이제는 DDA협상에 주력하자

  • 입력 2009년 7월 21일 02시 57분


최근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상에 있어서 잔여쟁점에 대한 협상당사자의 합의안이 도출됐다는 소식이 있었다. 쌍방이 참여하는 법률검토 과정과 EU 내부의 승인절차를 거치고 나면 양측의 비준을 거쳐 이 협정은 2010년 중으로 발효될 것으로 점쳐진다. 여기에 아직 양국에서의 비준절차를 기다리는 미국과의 FTA 협정도 발효된다는 가정하에서는 우리나라가 40여 개 나라와의 FTA를 보유하게 된다. 이들 국가에 대한 수출을 모두 합할 경우 한국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우리나라는 1998년 11월 당시의 대외경제조정위원회에서 칠레를 첫 FTA 대상국으로 지정하고 협상을 개시하기로 결정한 후 약 10년이 경과한 오늘 EU와 미국이라는 세계 1, 2대 경제권을 포함한 많은 나라와 FTA를 체결하게 된 것은 물론이고, 이를 통해 우리 제품의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중요한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현재 협상을 진행 중인 국가만 해도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6개국에 이른다. 물론 우리나라와 가장 밀접한 경제관계를 유지하는 중요 국가 즉 중국과 일본과의 FTA 체결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적지 않은 역사적 정치적인 차원의 문제점이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해 조만간 이를 성사시키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이런 점을 두루 고려하면 이제 우리나라는 FTA 협상을 할 만큼 했다는 판단이 든다. 따라서 이제는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진행되는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 좀 더 커다란 관심을 보여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152개 WTO회원국 시장 확대를

DDA 협상은 2001년 11월 공식적으로 시작됐으나 농산물 무역자유화에 대한 수입국과 수출국의 대립, 공산품 시장개방에 대한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대립 등 중요한 무역자유화 현안에 대한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아직까지도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수년 동안 우리가 관찰했듯이 급증하는 FTA의 체결 건수도 DDA 협상의 어려움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 간의 FTA가 급증함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FTA 정책을 취해 오기는 했으나 이에는 WTO 차원의 자유화 추진이 더디게 진행된 점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음에 틀림없다. 지난 10년 동안 추진한 적극적인 FTA 전략에 의해 우리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커다란 시장을 형성한 40여 개국과 FTA 협정을 체결하게 된 현시점에서, 우리는 WTO 차원의 무역자유화에 더욱 큰 관심을 기울이고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향으로의 정책기조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다양하고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첫째, 우리 경제가 지난 40여 년간의 고도성장을 위해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해 왔듯이 자유화된 세계무역체제는 가장 안정적이고 확대된 다양한 시장을 제공함과 동시에 특정국의 경기변동에 따른 시장위험이 분산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양자간 FTA에 주력할 경우 이런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 둘째, 몇몇 나라와의 FTA 협상에 쏟아 붓는 인력, 시간을 결집하여 다자간 협상에 활용할 경우 더욱 큰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동시다발적으로 FTA 협상이 진행되는 경우 같은 이슈에 대해 이 나라 저 나라와 따로따로 협상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는 어느 정도의 인력과 시간의 낭비를 의미한다. 다자간 협상은 한 이슈에 대한 WTO 차원의 협상을 통해 다른 모든 152개 WTO 회원국의 시장 확대를 가능하게 하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수단이 된다.

셋째, 이번 DDA는 우리 정부가 최근 크게 강화하려는 개발협력정책과 일맥상통하는 목적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DDA는 WTO 차원에서 무역자유화를 실시하되, 그동안 수적으로 많이 늘어난 개발도상국의 필요와 능력을 충분히 고려하는 가운데 추진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개발협력활동이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다는 관측이다.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이 최근 들어 부쩍 개발도상국 및 최빈 개도국을 위한 ‘무역을 위한 원조(Aid for Trade)’와 ‘능력배양(capacity building)’ 프로그램을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경험전수 등 리더십 발휘해야

최근 개발원조 규모를 급격하게 확대한 우리나라가 많은 선진국을 적극적으로 독려하여 이런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 무역을 통해서 경제성장 및 발전을 이룩한 우리나라의 경험을 저개발 국가에 전수함으로써 WTO 체제가 주는 혜택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도와주는 등 좀 더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를 통해 현재 난항에 빠진 DDA 협상 과정에 새로운 자극제를 제공하는 데 성공한다면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에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부수적인 효과라 하겠다. 정책담당자의 전략적 사고를 기대해 본다.

박성훈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한국EU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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