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론/서승환]MB정부 1년②경제/‘反시장의 유혹’ 떨쳐야 산다

  • 입력 2009년 2월 24일 02시 57분


이명박 정부는 소위 ‘747 공약’을 내걸고 출범했다. 작금의 경제상황하에서 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을 의미하는 747 공약이 실현될 것으로 믿는 사람이 더는 없는 듯하다. 작년의 2.5% 성장에 이어 금년에는 ―2%의 성장이 예상된다. 2007년 1인당 국민총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경기부진과 원화가치 하락을 감안할 때 작년에는 2만 달러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사정은 더욱 심각하여 작년 1월의 신규 취업자 수가 25만5000명이었던 반면 올 1월의 신규 취업자 수는 ―10만3000명으로 수직 하락하였다. 졸업시즌과 맞물려 가히 실업대란이라고 불릴 만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L자형’ 피하려면 구조조정 시급

성장률 실업률 물가 주가 환율 금리 등 모든 거시경제지표가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어 살얼음판 위에 서 있는 느낌이다. 이러한 상황이 야기된 데 대해 정부로서도 할 말은 많을 것이다. 정권 초기에 광우병 관련 촛불집회가 장기화되어 정작 필요한 경제개혁은 시작도 해 보지 못했다. 잠시 숨을 돌리나 했더니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신호탄으로 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쳐왔다. 또 필요한 개혁 법안은 소위 MB 악법이라고 뭉뚱그려져 국회에서 오래 잠을 자고 있다. 이러한 모든 요인을 감안한다고 해도 일차적인 그리고 대부분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 국내외 그리고 경제 내외에 상존하는 온갖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안정적 성장을 이루어 국민을 배부르고 등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일이 경제정책의 모든 것이며 그렇게 해 달라고 표를 몰아주었기 때문이다.

모든 경제정책에는 항상 득과 실이 동반되게 마련이므로 선택이 불가피하다. 모든 점을 두루두루 고려하려 하는 어정쩡한 정책이 가장 좋지 않은 경제정책이다. 경기가 좋지 않은 지금 상황이 구조조정의 적기이다. 그런데 구조조정을 하려고 하니 실업이 염려되고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구조조정이 주춤대는 이유다. 모든 점을 고려하다가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 외환위기 당시에 V자형 회복을 한 달콤한 경험이 오히려 나쁜 선례로 작동하는 듯하다. 어차피 짧은 기간 내에 회복이 된다고 예상한다면 고통스러운 구조조정보다 버티기를 하는 편이 더 낫다.

외환위기 당시 요란한 구조조정을 하였지만 실제로는 대외 경제여건이 괜찮은 편이었으므로 빠른 회복을 할 수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 경기변동의 장기추세가 지속적인 하락세였다는 사실은 외환위기 당시의 구조조정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근본적인 요인이 아니었음을 나타낸다. 동유럽의 디폴트 위험이 새로 대두되는 등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는 지금의 대외 경제 여건은 외환위기 당시보다 훨씬 더 좋지 않다. 경기가 U자형도 아니고 L자형으로 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신속하고 강도 높은 근본적인 구조조정이 절실한 이유다.

준비된 경제비전 착실히 실천을

‘시장주의와 작은 정부’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가 반시장적인 방법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작금의 세계경제 상황을 신자유주의의 몰락으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맥을 제대로 짚지 못한 것이다. 건전성 감독의 강화 등 시장실패의 좀 더 적극적인 보정 필요성 측면에서 이해하는 일이 더 합당하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미봉책보다는 시장주의에 입각한 제대로 된 근본적인 대책을 하나라도 빨리 내놓고 부단히 실천할 필요가 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것만이 이명박 정부의 경제비전은 아닐 것이다. 준비된 경제비전이 있다면 이를 착실히 이행하려는 노력 역시 병행해야 한다.

서승환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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