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정책은 성장과 조화 이뤄야”

  • 입력 2008년 9월 24일 03시 00분


김용하 신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은 “보건복지 정책은 노동, 금융, 교육, 여성 등 다른 분야와의 협동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대연 기자
김용하 신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은 “보건복지 정책은 노동, 금융, 교육, 여성 등 다른 분야와의 협동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대연 기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용하 신임 원장

“지난 10년간 복지정책은 양극화를 줄이는 데 실패했습니다. 정부예산을 늘리고 제도도 개선했지만 보건복지정책의 최종 목적인 빈부격차와 양극화 구조를 완화하지 못했습니다. 지니계수도 오히려 악화됐습니다. 단순히 복지예산을 증가시키기보다는 지속가능한 성장에 어울리는 복지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달 초 선임된 김용하(47)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원장은 22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보사연 원장 집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성장정책과 조화시켜 나가는 복지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신임 원장은 한국개발연구원 주임연구원,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상근상임자문위원, 보건복지가족부 국민연금개혁위원회 공동위원장, 순천향대 경상학부 교수 등을 역임했다.

김 원장은 “보건복지정책이 실패한 것은 관련 연구가 목표를 정확히 설정하지 못한 데에도 원인이 있다”며 “인구 중에 일정 비율을 추출해서 정책을 도입하고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는 등 복지 관련 데이터를 구축하는 시스템 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보건, 복지, 여성, 노동, 교육 등 연구기관 간 협동연구를 통해 전체를 아우르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초노령연금 제도를 단순히 보면 노인에게 몇 만 원 지급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나 조금 더 넓게 보면 노인에게 일정 소득을 보전해줄 경우 노인을 모시는 근로소득 자녀들의 부담을 덜고, 자녀들은 좀 더 안정적인 상태에서 소득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노동, 조세 경감의 문제와도 연관됩니다. 복지정책은 복지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틀에서 봐야 합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시장친화적 사회복지’에 대한 일각의 비판을 두고 “단순히 국가의 책임을 줄이고 민간의 책임을 늘리는 것으로 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복지정책이지만 노후소득 관점에서는 금융정책입니다. 건강보험은 국민건강 보장을 위한 개념이지만 보건의료산업 측면에서 보면 시장과 연관됩니다. 장기요양보험 역시 노인복지이면서 사회서비스로서 일자리 창출과 연관됩니다. 과거 정부에서는 국민복지 증진이라는 최종 목적 달성보다는 그 수단에 민간이 들어가고 공공이 줄어들면 무조건 반대하는 성향이 있었습니다.”

이어 그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선택할 때 ‘민간은 무조건 안 된다’는 접근보다는 그것도 하나의 대안인 측면이 있으니 최소한 검토할 여건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복지부 국민연금개혁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냈으며, 논문 ‘한국의 국민연금 개혁의 일반성과 특수성’, 저서 ‘사회보험론’ ‘보험과 리스크 관리’ 등을 쓴 연금전문가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 모기지업체 투자 손실 등 국민연금 운용방식에 대해 “중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채권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기에는 적립기금이 너무 많습니다. 해외투자, 주식투자를 확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높은 수익을 봤는데도 지금 이 순간 ‘얼마 손해 봐서 큰일 났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그는 “국민연금처럼 중장기적으로 들어가는 돈이라면 단기적 손해에 연연하기보다 중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며 “국제 금융위기를 금융시장의 구조적 문제 등 다양한 각도에서 예측하고 긴 관점에서 사태에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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