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란당시 한·일 장수 후손들 만남 주선 조중화씨

  • 입력 2001년 10월 19일 18시 40분


“언제까지 원수처럼 지낼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반성과 사과가 있다면 화해하고 미래를 위해 협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한일 양국 장수 후손들 간의 만남을 주선한 경남 마산의 향토사학자 조중화(趙重華·80·약사)씨. 그는 “무슨 큰 뜻이 있다기보다는 오래 전부터 개인적인 바람이었다”고 말했다.

조씨의 노력으로 한국측 20여명과 일본측 50여명 등 한일 양국의 장수 후손 70여명이 22일 오후 2시 일본 오사카(大阪)성 천주각 앞에서 ‘임란 409주년 한일 무장(武將) 후예 친선회’를 갖고 ‘화해의 악수’를 한다.

이들은 임진왜란 당시 전사한 병사들에 대해 묵념을 올리고 양국 국가를 함께 부를 예정이다.

한국측에서 참석하는 조선군 총사령관 권율(權慄) 장군의 12세손인 영철(寧哲·72)씨와 전라병사 선거이(宣居怡) 장군의 14대손인 호일(鎬一·69)씨는 “일제강점기 36년뿐만 아니라 임진왜란에 대해서도 일본측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요지의 연설을 할 예정이다.

또 이순신(李舜臣) 장군의 12대손인 조영(照永·74)씨는 장군이 난중일기에 쓴 휘호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의 사본을 일본측에 전달하고 그 의미를 설명할 계획.

일본측에서는 임란 당시 일본군 총사령관 우키다 히데이에(宇喜多秀家)의 14대손 아사누마 히데도요(淺沼秀豊)씨 등이 유감의 뜻을 표하고 친선을 다져나가자는 취지의 답사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20여년 동안 임진왜란사를 연구하며 ‘바로잡은 임진왜란사’ ‘다시 쓰는 임진왜란사’ 등의 책을 쓴 조씨는 99년 10월에도 사비 3000여만원을 들여 일본 장수 후손 20여명을 초청, 경기 고양시 행주산성에서 한국측 장수 후손들과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다.

조씨는 “지금 당장은 역사교과서 왜곡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지만 임진왜란 무장의 후손들이 만나 교류하면서 양국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는 취지로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마산〓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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