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매주 금요일

영감 한 스푼

미술관에서 만나는 다양한 창의성의 이야기로 한 스푼의 영감을 채워드립니다.

영감 한 스푼
  • 불안을 인정하니 갑옷이 생겼다, 예술가의 생존법[영감 한 스푼]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오늘은 글로벌 미술계에서 주목 받고 있는 밀레니얼 작가 제이디 차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마고할미’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그 후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간 제이디 차는 지난해 하우저앤워스 뉴욕 갤러리 그룹전에 참가했습니다. 현재 영국 런던의 공공미술관인 화이트채플에서도 한옥을 모티프로 한 설치 작품을 전시 중이죠.타데우스 로팍이 서울에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첫 단체전에도 정희민, 한선우 작가와 함께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예술가로서 어머니의 고향을 다시 찾은 제이디 차의 이야기를들려드리겠습니다.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입구를 지나 내부로 가면 정면에 제이디 차의 자화상 ‘귀향’이 보입니다. 그림 속 여자는 부엌칼과 배추김치가 그려진 외투를 입고, 머리에는 소라를 마치 투구처럼 쓰고 있죠.현란하게 뿜어져 나오는 색 사이로 여자는 관객을 똑바로 쳐다봅니다. 마치 귀신과 소통하는 영매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죠.이렇게 거센 기가

    • 2023-01-21
    • 좋아요
    • 코멘트
  • 진짜같은 토끼, 부활의 토끼, 비싼 토끼[영감 한 스푼]

    ‘흰 토끼를 따라가시오(Follow the white rabbit).’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를 진실의 세계로 이끈 이 대사를 기억하시나요?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도 앨리스는 시계를 든 토끼를 따라 토끼굴로 들어가면서 이상하고 아름다운 나라를 마주하게 됩니다. 서양에서는 이렇게 토끼가 영리한 듯 멍청하고, 온순한 듯 사나운 알쏭달쏭한 캐릭터이자, 미지의 세계로 이끄는 가이드를 상징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술 속에서는 어땠을까요?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유명한 토끼를 꼽으라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다음 세 작품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끈기가 만든 사실적인 토끼 첫 번째 작품은 ‘북구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불렸던 독일 작가 알브레히트 뒤러의 수채화 ‘야생 토끼’(1502년)입니다. 언스트 핸스 곰브리치의 책 ‘서양 미술사’에서도 이 작품이 언급되는데요. 곰브리치는 “눈에 보이는 세상을 끈기와 인내로 충실하게 표현해 내고자 한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 2023-01-10
    • 좋아요
    • 코멘트
  • 다리미가 작품? 난해한 다다, 쉽게 이해하기① [영감 한 스푼]

    여러분 안녕하세요.오늘은 ‘현대미술은 난해하다’는 명제를 만들어내는 데 가장 큰 일조를 했다고 생각하는 ‘다다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아름답고 평화로운 명화를 기대하고 미술관에 들어섰는데, 엉뚱한 물건들이 단상에 놓인 채 ‘나도 예술 작품이야’라고 외칠 때 관객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게다가 그 작품들이 내 눈엔 더 좋아보이는 그림보다 훨씬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면?이런 당황스러운 경험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채 의문으로만 남아있을 때, 어떤 사람들은 현대 미술은 사기라거나 돈장난이라고 외면하기도 합니다.그러나 그 황당함 자체가 예술적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생각해보셨나요? 이것을 이해하면 미술관 관람은 훨씬 더 즐겁고 의미있는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올해를 마무리하며 ‘영감한스푼’은 두 차례에 걸쳐 다다 예술의 세계로 떠나보겠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한 상점. 술에 취한 두 남자가 가게를 열심히 뒤지더니 다리미와 작은 못 여러 개, 접착제를 사들고 갑니다.

    • 2022-12-24
    • 좋아요
    • 코멘트
  • 전쟁 일으킨 유럽 문명의 광기를 거부한 ‘헛소리’[영감 한 스푼]

    프랑스 파리의 한 상점. 술 취한 남자가 가게를 뒤지더니 다리미와 작은 못 여러 개, 접착제를 사 들고 갑니다. 이 남자는 젊은 예술가 만 레이(1890∼1976). 그는 다리미 바닥에 못을 일자로 붙입니다. 개인전에서 이를 ‘선물’이라는 작품으로 발표합니다. 이 일화에는 기이한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첫째, 왜 다리미를 샀을까? 둘째, 다리미를 왜 못 쓰게 만들지? 셋째, 이게 예술 작품이라고? 술에 취해 한 이상한 짓을 작품이라 우기는 건 아닐까요? 유명하면 똥을 싸도 박수를 쳐 준다는데 다리미에 못쯤이야 봐줄 만한 걸까요?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다다이즘 예술’의 시대로 떠나보겠습니다.모든 정해진 것을 거부한다레이의 ‘선물’은 이 작품보다 더 유명한 마르셀 뒤샹(1887∼1968)의 ‘샘’이 탄생한 방식과 비슷합니다. 뒤샹은 변기의 기능을 제거하고, 물이 흐른다는 이유로 ‘샘’이라는 작품으로 만들었죠. 레이는 천을 다리는 기능을 못으로 없애 버립니다. 즉 우리가

    • 2022-12-20
    • 좋아요
    • 코멘트
  • 수많은 껍데기를 깨듯 거듭나며 ‘다름’을 조각한 예술가[영감 한 스푼]

    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도 못 갔지만 그림을 배우겠다며 1930년대에 일본으로 밀항한 예술가가 있습니다. 당시 나이 16세. 고학을 하는 동안 영화 간판 그리기, 구두닦이, 시체 꿰매기, 산부인과 조수 등 온갖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은 그는 아버지에게 500원을 보내며 고향집 뒷산 땅을 사라고 말씀드립니다. 약 50년 뒤 이 예술가는 그 땅에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짓고 자신의 작품과 미술관을 국가에 기부합니다. 이 예술가는 바로 문신(1922∼1994)입니다. 무일푼으로 출발해 자신만의 ‘예술의 전당’을 일궈낸 예술가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 문신 회고전에서 그 답을 찾아봤습니다. 기이한 생명체 같은 조각문신의 조각을 처음 보면 ’무슨 모양이지?’ 하는 궁금증이 듭니다. 형태가 단순한 브랑쿠시 조각은 추상임을, 자코메티는 인체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죠. 반면 문신의 조각은 기이한 생명체 같다는 느낌을 자아냅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작품에서 우리가 대

    • 2022-11-29
    • 좋아요
    • 코멘트
  • 후회 없는 삶은 내 손에서 만들어진다[영감 한 스푼]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도 못 갔지만, 그림을 배우겠다며 1930년대에 일본으로 밀항한 예술가가 있습니다. 당시 나이 16세. 고학을 하는 동안 영화 간판 그리기, 구두닦이, 시체 꿰매기, 산부인과 조수 등 온갖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은 그는 아버지에게 500원을 보내며 고향집 뒷산 땅을 사라고 말씀드립니다.약 50년 뒤 이 예술가는 그 땅에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짓고 자신의 작품과 미술관을 국가에 기부합니다. 이 예술가는 바로 문신(1922~1994)입니다. 무일푼으로 출발해 자신만의 ‘예술의 전당’을 일구어 낸 예술가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 문신 회고전에서 그 답을 찾아보았습니다.기이한 생명체 같은 조각문신의 조각을 처음 보면 ’무슨 모양이지?’하는 궁금증이 듭니다. 형태가 단순한 브랑쿠시 조각은 추상임을, 자코메티는 인체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죠. 반면 문신의 조각은 기이한 생명체 같다는 느낌을 자아냅니다.

    • 2022-11-26
    • 좋아요
    • 코멘트
  • AI는 정말로 예술가를 위협할까?[영감 한 스푼]

    안녕하세요 김민 기자입니다.오늘은 제가 약 두 달전 기사로 썼었던, 그러나 구독자 분들과 더 깊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주제를 가져왔습니다. 바로 AI가 만든 예술 작품에 관한 논쟁입니다.올해 9월 트위터에서 화제가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역 미술 공모전에서 인공지능(AI) 프로그램으로 제작한 그림이 1등상을 수상했는데, 작가가 AI를 사용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논란이 되었습니다.작가는 ‘미드저니를 이용했다’고 작품 설명에서 밝혔지만, 이것이 AI 프로그램임을 알아보지 못한 심사위원들은 직접 그린 그림인 줄 알고 상을 준 것입니다. 이를 두고 ‘예술적 기교(artistry)의 죽음이다!’라는 격한 반응까지 나왔는데요. 정말 그럴까요?오늘은 제 생각을 좀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여러분도 읽어보시고 의견 보내주세요.단 한 번의 붓터치도 없이 만들어진 그림AI로 어떻게 그림을 그리나?: 수상을 둘러싼 논란을 다루기 전에, AI 프로그램이 그림을 만들어주는 방법을 알아보겠

    • 2022-11-19
    • 좋아요
    • 코멘트
  • 혼란 속에서 중심을 잡는 법-세잔의 산② [영감 한 스푼]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민 기자입니다.지난주에는 세잔이 어떤 방식으로 ‘마음의 산’을 표현했는지 알아보았는데요, 오늘은 이런 세잔의 예술이 어떤 시대적 맥락에서 탄생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살면서 믿었던 무언가가 무너졌을 때, 내가 알던 세상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을 때. 사람은 엄청난 혼란과 불안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 다음은 좌절, 분노, 허탈함, 고통과 같은 감정이 밀려오죠. 이 감정을 이겨내지 못하면 혼란은 덫처럼 나를 옭아매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합니다. 이럴 때 현명한 해결책은 무엇일까요?어떤 사람은 행운이 찾아와 모든 것이 마법처럼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마음으로 간절히 바라거나 무언가에 열심히 몰두하면 해결이 이뤄진다고 믿기도 합니다. 과거 사람들은 신에게 무언가를 바쳐서 노여움을 달래면 혼란이 사라질 거라고 생각도 했죠.그러나 가장 정확한 길은 나 자신을 돌아보고 거기서 해결책을 찾는 일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요즘에는 심리 상담이나 명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

    • 2022-11-12
    • 좋아요
    • 코멘트
  • 혼돈의 세상, 화가는 산 앞에서 ‘나’를 마주했다[영감 한 스푼]

    1906년 10월 어느 날. 예순일곱 살 화가 폴 세잔은 늘 그랬듯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태풍이 몰아쳤고, 화가는 급히 짐을 챙겨 이동합니다. 그러나 화구와 캔버스, 이젤을 지고 가기에 비바람은 너무 거셌습니다. 집으로 향하던 화가는 결국 길에서 쓰러지고 맙니다. 산을 마주하다 죽고 싶었던 화가몇 시간이 지나 쓰러진 채 발견된 그는 마차에 실려 집으로 옵니다. 의사는 감기에 걸렸을 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안심시킵니다. 다음 날 화가는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 초상화를 그렸습니다. 그러나 그날 밤 다시 심하게 앓은 후 침대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일주일 뒤 세상을 떠납니다. 그런데 이렇게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다 세상을 떠나는 것은 화가가 바라는 것이었습니다. 세잔은 프랑스어로 ‘대상을 마주한 채(sur le motif)’ 죽고 싶다고 말했답니다. ‘Sur le motif’라는 프랑스어는 당시 인상파 화가들이 과거의 그림이 아닌 실제 풍경과 일상을 그리기 위해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

    • 2022-11-08
    • 좋아요
    • 코멘트
  • 이혼의 아픔, 예술로 달랬다는 브래드 피트의 작품[영감 한 스푼]

    안녕하세요.오늘은 한국에서도 얼마 전까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곤 했던 ‘연예인 예술가’에 관한 소식을 가져왔습니다. 미국 배우 브래드 피트가 음악가 닉 케이브, 조각가 토마스 하우즈아고와 함께 그룹전을 핀란드 미술관에서 열고 있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전시를 하게 되었는지, 또 어떤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다음은 영국 런던에서 반 고흐의 해바라기 작품에 기후 위기 시위대가 토마토 수프를 끼얹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는 소식입니다. 기후 위기 대응 단체는 “현실이 제대로 보도되지 않는 환경에서 이번처럼 미디어의 관심을 받은 적이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영감한스푼 미리보기●브래드 피트는 안젤리나 졸리와 이혼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것들이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작품을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그의 말대로 작품 속에는 총알이 날아다니는 집, 머리를 좁은 틈에 끼워넣고 있는 사람, 서로 총을 겨눈 인물들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이처럼 많은 연예인 예술가들은 셀러브리티로서 말못할

    • 2022-10-22
    • 좋아요
    • 코멘트

뉴스레터 구독 해지

뉴스레터 및 마케팅 정보 수신 동의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시기 위해 뉴스레터 및 마케팅 정보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