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와 힘겨운 싸움… 카렌족 아기의 미소를 지켜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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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입술 없어 젖 못 빠는 중증 장애, 5월 한국서 태어나 첫 한가위 보내
심장에도 작은 구멍… 수술 시급
미얀마 카렌족 16가족 80여명, 한국 재정착 난민으로 부평에 거주

22일 인천 부평구청 인근 근린공원에서 카렌족들이 전통 의상을 입고 민속놀이를 선보이고 있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22일 인천 부평구청 인근 근린공원에서 카렌족들이 전통 의상을 입고 민속놀이를 선보이고 있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22일 인천 부평구청 인근 근린공원. 다문화 사회적 협동조합인 ‘어울림 이끌림’과 ‘사랑넝쿨’이 주관한 ‘미얀마 재정착 난민과 함께하는 한가위 한마당’이 열렸다. 유엔난민기구(UNHCR) 요청으로 한국이 재정착 난민으로 처음 입국을 허용한 미얀마 카렌족 가족들이 모처럼 한국인들과 따뜻한 정을 나눴다. 이들은 미얀마에서 탈출해 태국 국경지대 난민촌에서 살다가 2015∼2017년 입국했다. 그 후 6개월간 교육을 받고 16가족이 인천 부평지역에서 살고 있다.

이날 80여 명의 카렌족 중에는 공원 벤치에서 엄마 품에 안긴 카렌족 신생아 김지은(가명) 양이 유독 눈에 띄었다. 김 양은 올 5월 출생 당시 몸무게 1.8kg의 미숙아로 태어났다. 그뿐 아니라 중증 구순구개열(입술과 입천장 갈림증) 장애까지 있었다.

그녀는 윗입술이 없고, 입천장과 콧구멍이 크게 열려 젖을 빨 힘이 없다. 그래서 일반적인 것보다 3배 정도 긴 특수 젖병꼭지를 목구멍 안쪽까지 넣어 우유를 먹이고 있다. 앉은 자세로 수유를 해야 하는데, 목이 막혀 우유를 자주 토해낸다. 이물질이 귀 쪽으로 흘러가 신경을 손상시키면 자칫 청각장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김 양의 아버지 쟈이진 씨(36)는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공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수술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다. 정부 지원이 점차 줄어들면서 자력으로 해결해야 하는 생활비용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 검진 결과 김 양은 심장에도 작은 구멍이 나 있고 항문과 여성 생식기가 거의 붙은 이소항문이 발견됐다. 인천 길병원 주치의는 “심장 이상이 없다면 3개월 이내에 입술, 코에 대한 성형수술을 한 뒤 구강과 비강을 연결하는 2차 외과수술, 잇몸 뼈 이식 등 3차 치과수술을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양은 그 외에도 혀 근육이 발달하지 못해 언어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집에서 아들(5)과 김 양을 보살피고 있는 어머니 아이말린 씨(29)는 치료를 감당하기가 어렵게 되자 가끔 우울증에 시달린다. 그녀는 난민촌에서 ‘겨울연가’ 등 한류 드라마를 보다가 한국을 동경하게 돼 정착지로 선택했다. 조크랄 씨는 “천진난만한 딸의 미소는 가끔 장애를 잊어버리게 하지만 지은이가 자라면서 미소를 잃게 될까 봐 두렵다”며 “딸이 건강해지면 미용 기술사 자격증을 빨리 따고 싶다”고 수줍게 입을 열었다.

해외 어린이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플랜코리아는 김 양의 딱한 사연을 듣고 수술비 모금활동에 나섰다. 카렌족은 5년 적응기를 거치면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된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카렌족#장애#다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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