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란듯… 푸틴 초청한 메르켈 “러와 협력은 獨에 필수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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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방러 이어 3개월만에 또 만나… 3시간 넘게 시리아-이란문제 논의
야외테이블 담소 등 친분 연출
트럼프가 ‘러의 포로’ 맹비난한 가스관 건설도 차질없는 진행 합의

18일 오후 독일 베를린 외곽 그란제의 메제베르크 궁전 게스트하우스. 정상회담 전 열린 공동 기자회견장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나란히 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어느 때보다 독일에 대한 친분과 애정을 과시했다. 그는 “독일은 러시아의 중요한 선두 파트너”라며 “지난해 양국 간 무역량은 22%가 늘었고 독일 회사 5000개가 러시아에서 27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이후 처음으로 독일에서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동안 두 정상은 15번의 만남을 가지고 54번의 통화를 했지만 양자회담은 단 두 차례로 모두 러시아에서였다. 서방이 크림반도 강제병합을 이유로 러시아를 제재하면서 메르켈 총리도 푸틴 대통령을 멀리했다. 그런데 올해 5월 러시아 휴양도시 소치에서 양자회담을 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메르켈 총리가 푸틴 대통령을 독일로 초대한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한다. 심각한 수많은 세계 갈등 사안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런 메르켈 총리의 태도 변화에는 취임 후 메르켈 총리를 홀대하고 비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들어 “더 이상 미국에 의존할 수 없다”고 선언한 메르켈 총리가 러시아와 관계 개선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날 회담에서는 시리아 내전, 우크라이나 침공, 이란 핵협상까지 폭넓은 논의가 3시간 넘게 이뤄졌다. 메르켈 총리는 회담의 격을 ‘실무회담’으로 낮추고 회담 후 공동 성명서도 내지 않는 등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독일 언론은 두 정상이 야외 테이블에 함께 앉아 논의하는 모습이 오히려 친분이 깊은 사이의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평가했다.

양국은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은 러시아에서 60∼70%의 에너지를 수입한다. 독일은 러시아의 포로”라고 맹비난한 ‘노르트 스트림 2 가스관 건설 계획’을 차질 없이 계속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이 문제는 전적으로 경제적인 프로젝트”라며 과도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발트해를 통해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 스트림 2 가스관이 완공되면 기존 우크라이나 가스관(러시아∼우크라이나∼유럽)이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메르켈 총리는 “노르트 스트림 2가 완공되더라도 우크라이나 가스관이 계속 사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전통적인 방식처럼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적합하다”며 거들었다.

독일 일간 빌트지는 19일 “푸틴 대통령이 10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의 (한국인 김소연 씨와의) 결혼 축하연에 참석하기 위해 다시 베를린을 찾을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말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2005년 퇴임 후 노르트 스트림 가스관 운영을 주도한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에서 이사로 일했고 지난해 러시아 최대 국영석유회사의 이사회 의장도 맡았다. 푸틴 전 대통령은 18일 베를린에 가기 전 오스트리아 남부 작은 마을에서 열린 카린 크나이슬 오스트리아 외교장관의 결혼식에 들러 축하하며 선물을 건네고 함께 춤을 추기도 했다. 크나이슬 장관은 오스트리아의 극우 자유당의 추천으로 연립정부에서 외교장관직을 맡았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푸틴 초청#메르켈#러시아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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