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평택이 길러낸 철강재 강소기업, 글로벌 진출 꿈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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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철강, 혁신설계로 돌풍
철근가공-H형강 분야서 두각
불황속 해마다 가파른 성장세
올해 매출 1800억 원 돌파 기대

(주)미르철강 공장 설비 사진
(주)미르철강 공장 설비 사진



“H형강이든, 철근이든 미르에 가면 다 해결할 수 있다.”

㈜미르철강(대표 권순태)은 경기 평택시 청북읍에 위치한 지역기반 기업으로서 철근 가공과 H형강 취급 등으로 철강재 공급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철강재 품목 중에서도 H형강, 철근 두 가지 품목을 다루면서 품목별로 국내산, 외국산을 모두 취급하고 있으며, 중국 제강사 동종업체 오퍼세일, 철근 가공 제조까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점이 특징이다.

국내산과 외국산을 선택할 수 있는 업체도 극히 드문 상황에서 미르철강의 경쟁력은 빛을 발하고 있다. 그동안 H형강과 철근, 두 가지 제품을 모두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업체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미르철강은 두 가지 제품 모두를 다루면서 전문 취급 수요처에 폭넓은 선택권을 제공해서 호평을 받았다. 이와 같이 다양한 제품군을 한곳에 모아놓은 덕분에 전체 국내 건설 원가를 낮추는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났다.
(주)미르철강 본사 사무동 전경.
(주)미르철강 본사 사무동 전경.

미르철강은 철근의 제품 공급부터 가공, 납품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원스톱 체계를 갖추면서 경쟁력을 더 끌어올렸다. 철근은 제품과 가공이 분리될 경우 수요처 입장에선 제대로 된 주문을 하지 못하면 반품 등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리스크를 해결해준 업체로 통하면서 “미르에 가면 다 해결할 수 있다”라는 입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기존 국내 철근 가공업체들은 국산과 외국산으로 양분하는 문제점이 있었으나 미르철강은 이를 복합 가공이 가능하도록 공장의 레이아웃을 합리화하고, 생산 효율성을 높이면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차근차근 동종업계와 차별화하는 전략을 택하면서 기업의 가치는 빠르게 올라갔다.

수요처를 중심으로 정도를 걷는 업체로 알려진 이후 성장은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2009년 설립 이후 매출액이 매년 수직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연간 매출액 약 1300억 원을 기록했다. 어려운 경기 여건 속에서도 안정된 평판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매출을 내면서 올해는 매출 18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설립 10주년을 맞는 2019년에는 2000억 원 매출도 수월하게 넘을 것으로 보인다. 설립 6년 만인 2014년 12월 연간 매출액이 1060억 원을 돌파하면서 1000억 원대를 돌파했고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강소기업으로 선정됐는데 당시 쾌거 이후로 4년 만에 두 배 성장을 보여준 것이다.

지난해 1월에는 평택 청북의 철근 가공장을 혁신설계 공법으로 준공했다. 현재 연간 1만 t의 가공 생산이 가능하다. 숙원이던 제2공장 증축을 마무리한 미르철강은 새로운 미래를 향해서 다시 뛰기 시작했다. 바로 신사업인 철근 선조립 분야의 시장 안착이다.

철근 선조립 방식은 아직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아 미르철강이 최초로 시도하게 된다. 업계에선 시장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기술로 보고 있다. 철근을 개별 가공하여 건설 현장에 납품하면 이를 다시 일일이 연결하고 조립해서 건물의 틀을 만들게 되는데, 미르철강은 공장에서 직접이 틀까지 선조립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주)미르철강 본사 단체사진.
(주)미르철강 본사 단체사진.

미르철강은 건설 현장에 납품하는 철근 선조립 신제품 사업 계획을 가지고 있다. 건설 현장의 인건비, 관리비, 조립에 소요되는 시간, 공간 확보, 시공 과정의 재해 등 안전성 등 여러 가지 비용 절감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사 현장 주변 환경 개선 등 위해요소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통한다. 이미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 같은 선조립 사업이 운영되고 있으나, 아직 국내에서는 일반화되지 않은 틈새시장이기에 올해 말에 설비, 인력을 추가로 확충할 계획이다.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평택을 지역기반으로 시작한 기업은 이제 글로벌 시장을 내다보고 있다. 권순태 미르철강 대표는 “일본 시장은 철근 가공업이 쇠퇴하면서 철근 가공 표준단가가 한국보다 60% 더 높게 책정되어 있는데 곧 일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시장 직접 진출과 공장 준설 계획도 가지고 있다. 아직은 철근가공업이 발달하지 않은 중국 시장은 잠재력이 크다는 게 권 대표의 설명이다. 수요가 풍부한 만큼 도전할 필요성이 넘친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이 국내외로 사업 분야를 개척하여 회사의 수익성과 비전, 기회를 창출하며 사회적인 기부활동 등을 통해 사회적 기업으로서 기여하는 게 미르철강의 최종 목표다.
▼㈜미르철강 권순태 대표 인터뷰 ▼

미르철강의 가파른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권순태 대표는 수요 패턴의 변화를 정확하게 파악한 점을 꼽았다. 시장과 수요처가 필요로 하는 사업 아이템과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보하는 전략이었다.


“무리한 사업 확장이 아닌, 흐름을 먼저 읽고 시장이 필요로 하는 사업을 하나씩 늘리면서 리스크를 줄인 것이 주효했습니다.”

인터뷰 내내 권 대표는 현재 수요상황의 변화를 중요하게 언급했다. 예를 들어 그는 최근엔 외국산과 국산을 가리지 않고 폭넓게 구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제는 양질의 제품과 가격 경쟁력을 확실히 갖췄다면 외국산을 오히려 더 많이 사용하는 흐름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외국산 철근은 아파트의 공사 원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결국 최종 수요자인 국민이 합리적인 가격에 집을 살 수 있게 해서 혜택이 고루 돌아가게 한다는 시각이 있다. 이 같은 흐름을 읽은 권 대표는 보유 제품군에 국산과 외국산을 폭넓게 갖추면서 양쪽 수요에 모두 대응했다. 그는 “수요처 입장에선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어디가 유행할지 미리 알고 선점하니까 회사는 자연스럽게 성장했다.

권 대표는 신기술 도입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최신식 설비라인을 도입하는 한편 지난해 경기 평택시 청북읍의 철근 가공장 준공을 이끌면서 철근 가공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생산능력과 효율을 모두 확보하면서 도약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 이름에는 사업의 방향과 비전이 담겨 있다. 권 대표에게 미르의 뜻을 물었다. “미르의 어원은 순우리말로 ‘용’을 뜻합니다. 저와 아들 권용성 경영이사가 용띠임에 착안했고, ‘MIR’라는 단어가 동유럽권 국가에서는 ‘평화’를 뜻한다는 것도 의미 있게 받아들였습니다.”

미르철강 경영진의 종교는 천주교인데, 천주교의 성모 마리아를 동유럽권에서는 ‘미르 마리아’라고 부른다. 평화의 마리아라는 뜻이다. 회사가 천주교 교리를 통해 사회의 소외되거나 불우한 이웃, 해외 원조사업 등에 주기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기부하여 평화를 실천하고자 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권 대표는 중소·중견기업이 성장할 때 정부의 지원이 아직 부족한 점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특히 고용창출 기업으로 인증받고도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 것을 들어,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은 말뿐인 정책일 수밖에 없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또 신규 고용을 위해 고용노동부 산하 채용정보 프로그램이나 평택시 기업지원 부서에 요청을 해도 인턴사원 하나 채용할 수 없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또 평택지원특별법이 지원 규모가 작아 지역기업 살리기에는 부족하다며 지역경제 활성화, 도시 정비를 위한 신도시 개발을 위해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마련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미르철강#철근#철강재#권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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