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 잡아야 안방 잡는다” 키즈콘텐츠 개발 경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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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투자 나선 IPTV 업체들

‘키즈-애니’ VOD 시청률 41~46%
영유아 통해 ‘고객유인 통로’ 인식
장난감 사용법-노래방 등 세분화
“학습 아우른 육아 플랫폼 될것”

KT가 가상현실(VR) 기술을 인터넷TV(IPTV)에 접목한 쌍방향 놀이학습 서비스 ‘TV 쏙’의 사용 장면. KT 제공
KT가 가상현실(VR) 기술을 인터넷TV(IPTV)에 접목한 쌍방향 놀이학습 서비스 ‘TV 쏙’의 사용 장면. KT 제공
“동심을 잡아야 안방을 잡는다.”

키즈 콘텐츠가 인터넷TV(IPTV) 시장의 새로운 ‘게임체인저’(흐름을 바꿔놓을 만한 역할)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외부 콘텐츠 공급자(CP)가 만든 상품을 사서 편성하는 데 그쳤던 통신사들은 직접 투자에 나서며 키즈 콘텐츠 발굴에 힘쓸 정도다.

12일 KT에 따르면 지난달 IPTV의 주문형비디오(VOD) 이용률에서 키즈·애니메이션 콘텐츠(41%)가 TV 다시보기(36%)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실시간 방송 외에 VOD 형태로 보는 콘텐츠 중 키즈·애니메이션이 가장 높은 인기를 얻은 것이다. 이런 사정은 다른 IPTV 업체도 마찬가지다. VOD 시청 중 키즈 콘텐츠 비중은 SK브로드밴드가 46%, LG유플러스가 45%에 달한다.

키즈 열풍 덕분에 IPTV는 통신사가 이동통신 서비스를 팔 때 끼워 파는 ‘미끼상품’에서 매출 효자품목으로 떠올랐다. 키즈 콘텐츠는 ‘TV유치원’ ‘뽀뽀뽀’ 등 지상파TV 프로그램 시절부터 주목받아왔지만 IPTV에서 시장성을 인정받은 건 비교적 최근이다. 2015년 KT가 인기 캐릭터인 뽀로로 TV앱 서비스를 유료로 선보였고, 같은 해 SK브로드밴드도 키즈 전용 서비스인 키즈존을 출시했다. 영유아 가정의 시청시간이 일반 가정보다 평균 20% 길고 결합상품 마케팅으로 가족 전체를 통신사 고객으로 유인하는 통로가 될 수 있는 점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어린이들이 반복 시청으로 캐릭터 충성도가 높고 짧은 영상을 선호하는 점도 키즈 콘텐츠 붐에 일조했다. 과거 유아 프로그램은 15∼20분짜리 애니메이션 위주였지만 요즘은 유튜브 영상과 같은 3∼5분 남짓의 콘텐츠가 대세다. 짧은 시간 몰입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장난감 사용법이나 직업 체험, 노래방 놀이 등 다양한 카테고리 상품을 개발하다 보니 콘텐츠가 세분되고 전체 시장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진희 MCN협회 사무국장은 “통신사 입장에서는 포화된 IPTV 시장에 새로운 콘텐츠를 공급할 필요가 있고, CP들은 다양한 사업 연계로 인한 부가가치 때문에 키즈 콘텐츠 부문에서 협력이 늘었고, 성공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IPTV에서 키즈 콘텐츠는 새로운 기술과 맞물려 계속 성장하고 있다. KT가 올 5월 선보인 ‘TV 쏙’ 서비스는 가상현실(VR) 기술을 이용해 사용자환경(UI)을 쌍방향 시청으로 전환시킨 대표 사례다. 아이가 움직이는 모습이 뽀로로, 핑크퐁 등 TV 속 캐릭터와 혼합돼 배변, 양치, 율동 등 체험형 학습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인공지능(AI) 스피커가 등장하면서 글과 리모컨 조작에 서툰 아이들이 말로 쉽게 소통할 수 있게 된 것도 키즈 열풍을 뒷받침했다.

통신사들은 TV에 최적화된 키즈상품을 만들기 위해 CP들과 긴밀하게 협조 중이다. 키즈 콘텐츠는 타깃이 분명하고 제작 기간이 짧은 이점 덕분에 콘텐츠나 포맷의 시장성을 실험할 수 있는 일종의 테스트베드 역할도 한다. SK브로드밴드는 고객의 시청 데이터를 분석해 CP에 제공하고 KT는 온라인 캐릭터였던 핑크퐁을 발굴해 TV에 진출시키는 등 직접 투자하고 있다.

지나미 KT 미디어사업본부 팀장은 “올해 안에 발레, 요가 등 ‘문화센터형 콘텐츠’도 출시할 계획”이라며 “IPTV는 유아학습은 물론 태교까지 아우르는 육아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키즈콘텐츠#동심#iptv#v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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