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민연금의 선택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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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땐 대우조선 P플랜 돌입… 찬성 땐 2조9000억 지원 가능성
연금측 “어떤 결정도 꽃길은 없다”

“투자자로서 한 푼이라도 더 회수하려고 이 방법, 저 방법 알아보는 것뿐입니다. 이게 문제인가요?”

13일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에 대한 찬반을 결정할 투자위원회 개최를 하루 앞두고 국민연금 내부에는 첨예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혹여 절차상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전문가 자문, 리스크관리위원회와 내부 투자위원회 개최 등을 통해 의견을 조율하고 있지만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1조3500억 원의 대우조선 회사채 투자자 중 가장 많은 약 3900억 원을 들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자율 구조조정안에 찬성하면 대우조선은 초단기 법정관리인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사전회생계획안 제도)’을 피해 2조9000억 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받을 가능성이 높다. 거꾸로 사채권자 집회에 참석해 반대표를 던지면 P플랜에 돌입하게 된다.

어느 쪽 하나 쉽지 않은 선택이다. 국민연금이 반대하면 구조조정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고, 찬성할 경우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 추궁이 뒤따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채무조정안 찬성이나 반대 중 어떤 것도 꽃길은 없다. 너무 가혹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2015년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한 것을 두고 제기된 정치적 논란도 국민연금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민연금이 채무조정안에 찬성하더라도 회사채 만기 연장분 50%를 3년 뒤에 상환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이 국민연금에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이 “올해부터 반드시 흑자”라고 읍소했지만, 국민연금 측은 “3년 뒤 좋아진다고 믿을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고개를 돌렸다.

그렇다고 국민연금이 드러내놓고 채무조정안을 반대하기도 어렵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P플랜의 성공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P플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최악의 결과 대우조선이 파산하게 되면 그 책임을 국민연금이 뒤집어쓸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낸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검찰 조사, 여론 등이 국민연금을 몸 사리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 투자 의사 결정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하며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무리한 비판이나 책임 추궁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채를 대량 보유한 우정사업본부(1600억 원)와 사학연금(1000억 원) 등은 14∼16일 입장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결정을 참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건혁 gun@donga.com·강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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