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협력업체들 “대우조선 P플랜 돌입땐 줄도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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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대표들 “채무조정안 수용” 촉구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들이 국민연금 등 투자자에게 정부와 산업은행의 채무조정안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대우조선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의 일종인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사전회생계획안 제도)’ 돌입의 기로에 선 가운데 나온 협력업체들의 움직임이어서 주목된다. 대우조선이 P플랜에 돌입할 경우 수년간의 조선 경기 침체와 지난해 STX조선해양 법정관리 등으로 위기에 처한 협력업체들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등 4개 단체 대표들은 1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 P플랜이 추진되면 1300여 협력업체와 조선 기자재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대우조선은 현재 회사채 전체 잔액의 30%가량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채권단 채무조정안에 찬성하느냐에 따라 자율적인 구조조정의 길로 갈지, P플랜의 길을 갈지 갈림길에 서 있다. P플랜은 지난해 법 개정으로 도입된 초단기 법정관리 제도다. 기존 법정관리 절차를 크게 줄여서 보통 6개월∼1년 반 정도 걸리던 기업회생 기간을 3개월 이내로 단축한 것이 특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P플랜을 통해 기존 법정관리에 비해 짧은 기간에 기존 부채를 털어내며 회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P플랜 돌입 이후 기존에 선박을 발주한 선사들이 무더기로 계약을 취소할 경우 회사가 살아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대우조선 협력업체들은 “대우조선이 P플랜으로 가면 협력사는 기존 납품한 기자재 대금과 인건비 지급 지연으로 경영상 어려움이 더욱 가중돼 임금 체불은 물론 연쇄 부도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결정 후 이미 조선 기자재 업체 100여 곳이 파산했고 물량 감소로 살아남은 회사들도 힘겹게 버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17, 18일로 예정된 대우조선해양 사채권자 집회에서 P플랜 돌입을 막을 수 있도록 채무조정안을 수용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P플랜에 들어갈 경우 기자재 업체의 연이은 도산으로 관련 산업 생태계 전반이 무너지면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도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총 809곳의 업체를 대표해 이날 성명에 참여한 협력업체 관계자들의 목소리에서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대우조선해양에 선박용 모듈 유닛을 납품하고 있는 선보공업 최금식 대표(글로벌탑 협의회장)는 “선박 수주가 급감하면서 관련 물량은 절반으로 줄었고 납품 가격도 20%가량 내린 상황”이라며 “대우조선이 P플랜으로 가면 줄도산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운영 중인 공장 8곳 가운데 2곳은 이미 문을 닫았고 추가로 2곳의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며 P플랜으로 갈 경우에도 협력업체 등에 지급하는 상거래 채권은 정상적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창용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사업관리팀 부장도 “STX조선해양과 관련된 수천억 원대의 미회수 채권 손실과 더불어 매출 급감, 수익성 악화에 유동성 악화까지 3, 4중고를 겪고 있다”고 협력업체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가운데 경남 거제 지역 사회에서도 P플랜 돌입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권민호 거제시장은 지역 의원들과 함께 전북 전주시의 국민연금공단을 직접 찾아 채무조정안에 동의해줄 것을 호소했다. 권 시장 역시 국민연금 관계자들에게 대우조선 문제는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협력업체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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