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볼 브레이크] ‘포지션 파괴자’ KBL 판 뒤집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2월 1일 05시 45분


최근 남자프로농구에선 동부 센터 김주성이 3점슛 전문가로 변신하는 등 포지션간 경계를 허물고 다방면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선수들이 늘고 있다. 이는 세계농구계의 흐름이기도 하다. 사진제공 | KBL
최근 남자프로농구에선 동부 센터 김주성이 3점슛 전문가로 변신하는 등 포지션간 경계를 허물고 다방면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선수들이 늘고 있다. 이는 세계농구계의 흐름이기도 하다. 사진제공 | KBL
3점슈터로 변신한 동부 김주성
SK 스몰포워드 최준용 R 발군
NBA선 제임스·웨스트브룩 등

농구에서 포지션은 선수들의 키와 역할에 따라 포인트가드, 슈팅가드, 스몰포워드, 파워포워드, 센터 등 5개로 구분된다. 그러나 최근 세계농구계에선 포지션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추세다. 빅맨이 외곽슛을 쏘고, 포워드가 볼을 몰다가 어시스트를 하고, 포인트가드가 리바운드를 잡아 속공을 이끌어내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미국프로농구(NBA)의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 러셀 웨스트브룩(오클라호마시티), 드레이먼드 그린(골든스테이트) 등은 포지션의 경계를 넘어 다방면에서 자신의 역량을 뽐내는 ‘포지션 파괴’의 대표주자들이다.

오리온 김동욱-이승현(오른쪽). 사진제공|KBL
오리온 김동욱-이승현(오른쪽). 사진제공|KBL

● ‘포지션 파괴시대’ 불러온 오리온의 우승

한국농구는 매우 보수적이다. 정통농구에 대한 고정관념이 여전하다.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정통 포인트가드와 정통 센터를 선호한다. 보수적 색채가 짙은 한국농구에도 최근에는 포지션 파괴 바람이 조금씩 불고 있다. 지난 시즌 남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우승팀 오리온이 포지션 파괴시대를 불러왔다.

오리온에는 정통 센터가 장재석(203cm)뿐이다. 그나마 주전도 아니다. 애런 헤인즈(199cm), 이승현(197cm), 문태종(199cm), 김동욱(194cm), 허일영(197cm), 최진수(203cm) 등 장신 포워드들로 팀을 꾸려 ‘정통 센터가 있어야 우승할 수 있다’는 편견을 깨고 정상에 섰다. 김동욱이 포지션 파괴의 핵심이다. 가드 못지않은 볼 컨트롤과 패싱 능력을 갖춘 데다, 포스트에서 빅맨을 수비할 수 있는 힘을 겸비한 까닭에 활용도가 높다.

이승현도 본래 파워포워드이지만, 정확한 외곽슛 능력을 갖추고 있어 상대 빅맨을 외곽으로 끌어냄으로써 주포 헤인즈가 골밑으로 파고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 포지션 파괴에 기반을 둔 오리온의 성공은 국내프로농구에서 각 포지션의 정통성보다는 다양성에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SK 최준용. 스포츠동아DB
SK 최준용. 스포츠동아DB

● 3점슛·드리블, 더 이상 가드의 전유물 아니다!

올 시즌에는 ‘포지션 파괴’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동부 김주성(205cm)과 SK 최준용(200cm)이 이와 같은 흐름의 선두주자다. 김주성은 올 시즌 3점슛 전문가로 거듭났다. 로드 벤슨(207cm), 웬델 맥키네스(192cm)와의 포지션 중복을 피하기 위해 외곽으로 나와 공격 비중을 높인 그는 올 시즌 54.6%의 높은 3점슛 성공률(리그 1위)을 기록 중이다. 전문 슈터 뺨치는 슛 솜씨다. 또 정통 포인트가드가 없는 팀 사정상 하이포스트에서 패스를 넣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김주성은 올 시즌 경기당 3.3어시스트를 올리고 있는데, 이는 팀 내 1위다.

최준용은 스몰포워드로 분류되지만, 팀의 약점을 메우기 위해 리바운드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 그는 올 시즌 국내선수들 중 가장 많은 평균 9.0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가드 못지않은 스피드와 볼 핸들링 솜씨도 갖추고 있어 리바운드를 잡은 뒤 직접 볼을 치고 나가 마무리를 하거나 동료들에게 어시스트를 하곤 한다. 29일 kt와의 홈경기에선 16점·8리바운드·7어시스트·4블록의 트리플 더블급 활약을 펼쳤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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