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백병성]일방적인 약값 결정, 리베이트 부추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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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병성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소비자리더아카데미 소장
백병성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소비자리더아카데미 소장
2011년 6월 정부는 의약품의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주는 사람과 받는 이 모두를 처벌하는 쌍벌제를 도입했다. 그런데 수사로 인한 검거 성과는 내고 있지만 의약품의 리베이트 문제는 줄지 않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제약회사로부터 ‘검은돈’을 받아 챙긴 의사와 병원 사무장 등 수백 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2011년부터 최근까지 의약품 처방을 대가로 45억 원대의 리베이트를 받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의사만 해도 290여 명에 이르고 돈을 전달한 제약회사 임직원도 16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시장조사 명목으로 수백만 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데다 진료기록부까지 허위 작성한 의사는 자격 정지 처분을 받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그 의사는 “받은 돈이 리베이트가 아니라 고중성 지방혈증 연구비이고 처방전은 진료기록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약품 가격의 20% 정도는 리베이트 비용이라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의료비 대비 약제비 비중은 20.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를 웃돈다. 또 건강보험 진료비 중 약품비 증가율은 2002∼2011년 연평균 12.2%로 총진료비 증가율(10.3%)을 넘는다. 2005년 이후 건강보험 총진료비 중 약품비 비중이 매년 29%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약품 처방 품목 수(3.88개)가 많은 게 약품비 증가의 주요 원인이다. 선진국에 비해 사용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비싼 복제의약의 가격도 문제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복제약품을 많이 사용하며 복제의약품 가격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연구개발을 통해 고비용의 신약을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기보다는 특허 기간이 만료된 복제약품을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리베이트는 판매를 위한 최소 비용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우리나라 의약품시장에서 시장 기능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즉, 소비자는 의약품의 가격을 결정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적다. 의약품의 선택은 약을 처방하고 조제하는 의사, 약사가 소비자를 대신하고 있고 가격은 정부가 알아서 결정하기 때문이다. 반면 리베이트 비용은 오롯이 소비자 몫이다. 건강보험료의 소비자 부담 요율은 2003년 3.94%에서 2016년에는 6.12%로 급상승했다. 건강보험료가 가파르게 오르고 약품 가격 또한 최고가를 지불하고 있어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서 소비자는 모든 비용을 부담하지만 선택권과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또 제약사와 의·병원 관계자를 범죄인으로 만드는 이 구조는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
 
백병성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소비자리더아카데미 소장
#의약품#리베이트#약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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