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조주행]학생부종합전형, 정교하게 평가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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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행 전 중화고 교장
조주행 전 중화고 교장
전국의 대학들이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선발 인원을 확대하고 학교들도 교육의 방향을 전환하여 교실수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하니, 입시제도 변화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아직도 학교 현장에서는 요령부득으로 아우성이다. 당국에서도 방침을 수차례 보완한 바 있으나 앞으로도 문제 보완에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교육부는 학종은 사교육에 의존할 필요 없이 교내 활동에만 충실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며, 교사들에게도 평가권을 돌려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수치로 측정된 객관적 자료에 의한 정량평가가 아니라 기록 내용을 사정관이 점수화하는 정성평가이기 때문에, 사정관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은 학종의 치명적 한계가 아닐 수 없다. 학종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먼 미래의 발전 가능성을 평가의 대상으로 한다. 그렇기에 타당성이나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공정한 평가가 되려면 학생 본인 이외에 외부의 영향이 개입되지 못하도록 확실한 방어 및 보안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가정환경이나 부모의 사회적 지위 같은 내용은 당연히 기록해선 안 된다. 또한 소논문 성적 반영은 특정 환경에 있는 학생들에게 더 유리하거나 불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리 작성을 배제할 방법도 없고, 외국 대학의 실습 과정이나 세미나 참석이 잦은 특목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활동이기 때문에 당연히 폐지되어야 한다.

교사마다 교과 전문성이 다르고, 문장력도 천차만별하고, 학생을 사랑하는 교육 열정의 온도도 현격하게 다르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학생부에 기록된 내용을 사무적으로 보고 평가에 반영하면 교사 요인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는 학생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교사가 아무리 신중하게 관찰하더라도 어느 학생이 어느 분야에서 어느 정도 노력을 기울였는지, 어느 정도 주도적으로 활동했는지, 참여 정도가 어느 수준이었는지, 진로 적합성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고 공정하게 판단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학종은 특히 소도시 및 농어촌 학교 학생들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대도시에 비해 비교과 활동을 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문화적 환경, 시설 여건 등이 월등하게 열악하기 때문이다. 비교과 활동은 객관적으로 검증된 내용만 기록하여 교과활동의 보완적 목적으로 축소 운영해야 한다. 대학이 고교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이행한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주행 전 중화고 교장
#학생부종합전형#교육부#입시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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