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여성 63명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 집단손배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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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중고생 시절에 백신접종… 몇년째 원인모를 통증에 시달려
日정부-2개 제약사에 배상 요구
해당 2개 백신은 한국서도 접종

일본에서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으로 부작용에 시달리던 여성들이 제약사와 국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27일 원고단이 도쿄지방재판소로 향하고 있다. 아사히신문 제공
일본에서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으로 부작용에 시달리던 여성들이 제약사와 국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27일 원고단이 도쿄지방재판소로 향하고 있다. 아사히신문 제공
“백신을 맞고부터 온몸이 아프고 걸을 수조차 없었어요.”

일본 요코하마(橫濱) 시의 대학 3학년생 이토 유이(伊藤維) 씨는 중3 때인 2010년 7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3차례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았다. 그런데 5월부터 두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못을 박는 것처럼 통증이 심했고, 고교 2학년 여름부터는 걸을 수가 없어 휠체어를 타야 했다. 여러 병원을 전전한 끝에 한 병원에서 ‘백신 부작용’이란 진단을 받았다. 치료를 계속해 이제 걸을 수는 있지만 갑자기 기운이 빠져 숟가락도 들지 못하는 상태가 되곤 한다. 그는 27일 집단소송을 낸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언제 다시 증상이 악화될지 불안하다”며 “평범한 생활을 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일본에서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후 원인 불명의 신체 통증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15∼22세 여성 63명이 국가와 제약회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피소된 제약회사는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서바릭스’를 내놓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가다실’을 판매하는 MSD 2개사다. 두 백신은 한국에서도 널리 접종되고 있다. 원고들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백신 접종을 권장한 책임이 있다며 1인당 1500만 엔(약 1억6100만 원) 이상의 배상을 요구했다.

자궁경부암은 성행위에 의한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이 주된 원인이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에서 연간 약 1만 명이 새로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고 약 2700명이 이 암으로 사망한다. 백신은 6개월 동안 3회 접종으로 암 발병 원인의 50∼70%를 차지하는 두 종류의 HPV 감염을 막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는 성행위가 시작되기 전인 소녀 시절에 접종을 해두면 예방 효과가 크다고 권장한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일본에서 2009년 선보인 후 2014년까지 초중고교 여학생 약 340만 명이 맞았다. 일본 정부는 2010년부터 접종 비용을 보조해주며 청소년들의 접종을 장려해 왔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여성들도 2010∼2013년 대부분 중고생 시절 백신을 맞았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백신을 맞은 여성 중 2900여 명이 부작용을 호소했고 이 중 중증은 1600여 명에 이른다. 접종한 1만 명 가운데 8.5명이 부작용을 호소한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백신 성분이 이 여성들에게서 면역 이상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접종과 통증 등의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다”는 태도이지만 2013년 이 문제가 제기된 이후부터는 접종을 받으라고 권장하지는 않는다. 피소된 제약사들은 “백신은 전 세계 130개국 이상이 승인하고 세계보건기구(WHO)도 접종을 장려하고 있다”며 “접종의 이익은 위험을 상회한다”고 주장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자궁경부암#백신#부작용#집단손배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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