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착한 면접, 황당 면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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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줄어들어 믹서에 갇힌다면 어떻게 빠져나올 텐가.” 글로벌 금융회사 골드만삭스의 면접에 등장한 질문은 불교의 선문답을 연상시킨다. ‘비행기가 추락했을 때 생존자가 혼자라면 무엇을 하겠습니까’(에어비앤비), ‘위성사진을 이용해 이 건물 밖 1m² 안에 풀잎 개수가 몇 개인지 말해 보시오’(마이크로소프트) 등도 난해한 면접질문에 속한다. 외국 기업의 면접에서 나오는 감초 질문이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떤 난관을 겪었고 어떻게 이를 극복했나’ ‘왜 당신을 고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공채 시스템의 한국 기업은 황당한 질문으로 구직자의 말문을 막히게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아버지의 연봉을 물어보는 ‘사생활 침해형’부터 고작 3분간 면접을 하거나 기업 홍보만 늘어놓는 경우도 있다. 여성 차별과 외모 비하도 다반사. “남자에게는 전공 물어보고 나한테는 ‘언제 결혼할 거야?’ 같은 질문만 했다.” “보자마자 반말에 ‘정글에서도 살아남을 것같이 생긴 게 성격은 예민한 것 아냐?’라고 물었다.”

▷구직자를 괴롭히는 것은 과도한 대기 시간, 일방적 일정 통보와 취소도 포함된다. 어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와 청년희망재단, ‘2030정책참여단’이 발표한 면접 경험자 1068명 대상 심층 조사에서 64.8%가 면접 과정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고 답했다. 압박면접을 이겨내고 ‘합격 문자’까지 받았는데 명단 발송 실수라며 취소한 사례도 있었다. 조사에 따르면 구직자들은 면접기술(43.3%)을 가장 부담스럽게 생각했다. 이에 따라 청년희망재단은 7월부터 면접 컨설팅을 시행한다.

▷한데 구직자보다 기업 면접관을 대상으로 한 면접 컨설팅이 더 급하지 않은가 싶다. 최고의 직원을 뽑기 위한 좋은 질문 대신에 엉뚱한 질문으로 구직자를 울리는 면접관에게 존중과 배려를 가르치는 교육 말이다. 요즘은 나쁜 면접관의 사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확산돼 회사에도 큰 손실을 끼친다. 면접 갑질은 안 그래도 약자인 구직자의 마음을 더욱 위축시킨다. 일자리를 주진 못해도 청년들 기까지 꺾어서야 되겠는가.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골드만삭스#면접관#구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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