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전 데자뷰…운명처럼 찾아온 ‘오승환 타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6월 29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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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루이스 오승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세인트루이스 오승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005년 삼성 첫해 권오준 앞 셋업맨으로 시작
시즌 도중 보직 맞바꿔 최고 마무리로 우뚝
ML 진출 첫해 2016시즌도 11년 전과 흡사
불가능할 것 같았던 특급소방수 로즌솔의 벽
ML타자 압도 꾸준함으로 결국 ‘끝판왕’으로!


11년 전 상황과 흡사하다. 묵묵히 셋업맨 역할을 수행하다 마무리투수로 발탁되는 과정이 그렇다.

‘돌부처’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이 마침내 메이저리그(ML) 무대에서도 팀의 클로저 자리를 꿰찼다. 세인트루이스의 마이크 매서니 감독은 26일 최근 부진했던 마무리투수인 트레버 로즌솔(26)과 면담을 한 뒤 보직 변화에 대해 설명하면서 오승환을 ‘홍관조 군단’의 새 소방수로 승격시켰다.

오승환은 올 시즌을 앞두고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했지만, 마무리 자리를 넘보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아무리 한국과 일본에서 최고 마무리투수로 활약했더라도 최고구속 160㎞ 강속구로 무장한 로즌솔을 제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로즌솔은 2014년 45세이브, 지난해 48세이브를 올리며 입지를 굳혔다. 오승환 역시 이를 잘 알고 세인트루이스 입단을 선택했다.

오승환은 자신에게 주어진 셋업맨 자리에서 압도적 피칭을 자랑했다. 37경기에 등판해 2승0패, 14홀드, 방어율 1.66을 기록했다. 38.1이닝을 던지면서 삼진을 무려 51개나 잡아냈다. 피안타율 0.161, WHIP(이닝당출루허용수) 0.79, 9이닝당 탈삼진 12.08개. 오히려 일본에서 2년간 기록한 성적(4승7패, 80세이브, 방어율 2.25, WHIP 0.99, 9이닝당 탈삼진 9.73개)보다 ML 무대 성적이 더 좋았다.

반면 로즌솔은 올 시즌 29경기에 등판해 2승3패, 14세이브, 방어율 5.63으로 부진했다. 4월과 5월엔 준수했지만 6월 들어 6세이브를 올리면서 2패에 방어율 14.14로 난조를 보였다. 25일 시애틀전에서는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3점을 내주면서 2점차의 리드를 날려버렸다. 그러자 매서니 감독도 결국 가장 믿을 만한 셋업맨 오승환을 마무리투수로 발탁하는 결단을 내렸다.

오승환은 2005년 삼성에 입단할 당시 팀 내에 권오준이라는 특급 마무리투수가 있어 셋업맨으로 출발했다. 오승환-권오준의 ‘OK펀치’는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오승환은 7월5일까지 59.1이닝을 던져 5승0패, 2세이브, 11홀드, 방어율 1.37, 68탈삼진, WHIP 0.72로 맹활약했다. 당시 권오준은 31.2이닝을 던져 1승0패, 17세이브, 39탈삼진, 방어율 1.71, WHIP 1.01을 기록했다.

그런데 개막 후 21경기 무실점 행진을 벌이던 권오준이 6월 들어 실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삼성 선동열 감독은 7월 들어 둘의 보직을 맞바꿨다. 권오준이 못해서라기보다 더 잘하는 오승환을 마무리로 승격시켰다. ‘OK펀치’가 ‘KO펀치’로 바뀐 순간이었다. 오승환은 마무리로 발탁된 뒤 7월6일부터 더 압도적 피칭을 뽐냈다. 결국 그해 10승(1패)-11홀드-16세이브를 거두며 사상 최초 ‘트리플 더블’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신인왕까지 거머쥐었다.

그랬던 오승환이 11년 후 빅리그에서도 같은 코스를 밟았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오는 법. 셋업맨으로 묵묵히 제몫을 다해내면서 결국은 소방수 자리까지 거머쥐었다. 마무리 보직을 받아든 뒤 27일 시애틀전과 28일 캔자스시티전에 등판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조만간 한국과 일본에서 떨쳤던 ‘파이널 보스’의 위력을 ML 무대에서도 발휘할 전망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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