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증거 폭증… 알파고 수사관시대 열릴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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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통신 데이터 10년뒤엔 1000배로… 인간 능력으론 분류-분석 불가능
대검, 과학수사에 인공지능 활용 추진

27일 서울대에서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김영대 검사장(오른쪽)이 첨단 과학수사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7일 서울대에서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김영대 검사장(오른쪽)이 첨단 과학수사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지난해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사건’을 재수사한 검찰은 2008년 경찰 수사 때부터 산더미처럼 쌓인 디지털 증거와 2000만 건에 이르는 금융자료가 있었지만 분석할 엄두가 안 났다. 주범들이 도주하기 전 대용량 파일을 30차례나 ‘덮어쓰기’ 하면서 훼손한 매출관리 서버도 7년간 복구 불능이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건 ‘과학수사’였다. 수사팀은 대검찰청 디지털수사과의 지원을 받아 2조8000억 원대로 알려진 사기 규모를 5조715억 원으로 밝혀내고 공범들의 금융·통신기록을 분석해 710억 원의 은닉재산을 환수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디지털 증거와 고도화된 증거인멸 수법에 맞서 검찰이 과학수사 역량을 키우고 있다. 대검찰청 과학수사부는 27일 서울대 상산수리과학관에서 이 대학 수리정보과학과와 ‘디지털포렌식 심포지엄’을 열어 인공지능(AI)의 수사 활용 가능성을 깊이 있게 논의했다.

김성호 한국과학기술정보원 슈퍼컴퓨터개발센터장은 “앞으로 10년 뒤 데이터가 1000배 이상 늘면 인간의 능력으로 데이터를 모으고 분류하는 것은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수사자료 수집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 접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규모 동영상 분석을 통해 시각지능 및 상황예측을 하는 ‘딥뷰’ 기술이 고화질(HD) 폐쇄회로(CC)TV 확산과 맞물린다면 영상 자체에서 범죄 현장과 범인을 추출해내는 영화 같은 일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검은 실제 디지털 증거로 범죄 동향과 범죄자 행태를 분석하는 ‘디지털 프로파일링’의 일환으로 인공지능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압수수색 현장에서 짧은 시간 안에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신속 정확하게 분석하려면 ‘알파고 수사관’과 같은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DNA 분석 등에 일부 활용하고 있는 빅데이터나 클라우드 기술도 인공지능과 연계하면 더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

조도준 부산지검 검사는 심포지엄에서 최근 수사 장애요소로 꼽히는 아이폰 암호화 기술 등과 관련해 복호화(암호해독) 명령 제도를 입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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