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김종훈]20대 국회와 대법원 구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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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변호사
김종훈 변호사
20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에 나타난 민의를 따르려면, 대법원장 및 대법관 임명동의권을 통해 대법원 구성권을 갖고 있는 국회는 어떤 책무를 부담하는 것일까.

우선 현 대법원의 구성을 보면, 평생 법관 정책과 맞물려 고령화 추세가 뚜렷하다. 14인의 구성원 중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특정 대학, 특정 학과 출신 일색이다. 서울대 법학과의 경우 74학번과 76학번 동기동창이 3명씩이다. 76학번의 3인은 사법연수원 동기다. 검사 출신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판사 출신이다. 소수자 보호에 앞장설 것으로 주목받았던 대법관에 대하여 기대를 접은 지 오래다. 그 결과 과거사 판결과 정치적 사건에서 이런저런 구설이 나온다.

그렇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대법원장의 권한이 너무 막강하다. 대법관추천위원회의 구성을 보면 대법원장의 뜻을 거역할 수 없는 구조다. 추천위 규칙은 대법원장에게 독자적인 대법관 제청 대상자 제시권을 부여하고 있고, 국민이 천거한 자에 대하여는 대법원장이 1차적인 적격심사권을 갖도록 하고 있다. 공개 천거도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을 견제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대법관추천위원회가 오히려 대법원장의 자의적 제청권 행사를 돕고 있다는 비난이 나온다. 여기에 더하여 대통령의 뜻을 거역하기 어려운 여당이 지배하는 국회가 임명동의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은 결과가 오늘날 대법원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의를 반영하기 위하여 대법원 구성의 균형추가 맞춰질 때까지 다양한 성향과 경력을 가진 사람들을 대법관으로 임명해야 한다. 인권 신장과 사법 발전을 위해 헌신한 경력이 결격사유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그들을 지지하고 있지 않은가. 법률가 단체는 물론 시민단체가 천거, 제청 단계에서부터 적극 나서야 한다. 대법원장은 과거처럼 공개 천거를 이유로, 판결서 작성 능력을 이유로 인재를 모욕해선 안 된다. 제도를 탓하지 말고 여기에 적극 호응하여 대법원이 그토록 원하는 정책 법원화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의 대법원장 및 대법관 임명 동의 절차는 대의기구인 국회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권에 대하여 헌법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과정이다. 소극적인 요식 절차가 아니라 최고법원의 사법권 행사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적극적이고 창설적인 권한 행사다. 또다시 종전과 같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임명 과정이 반복된다면 그 최종 책임은 국회에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인복 대법관의 임기가 올해 9월 1일 끝나는 만큼 7월경부터는 후임자 선출 절차에 들어갈 것이고, 20대 국회가 국가기관 구성에 관여하는 첫 케이스가 될 것이다. 이때 어떤 사람이 대법관이 되느냐가 이후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등의 임명 과정에서 20대 국회의 역할을 가늠하게 될 것이다.
 
김종훈 변호사
#20대 국회#대법원#대법원장#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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