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론 불댕긴 KDI… “미국 때문에” 꼬이는 한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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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금리인하 부작용 줄어… 경기하방 완충조치 필요”

올해 한국 경제의 ‘2%대 저성장’이 공식화되면서 정부와 한국은행이 과감한 정책 조합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특히 한은이 경기 둔화와 산업 구조조정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꺼져 가던 미국의 6월 금리 인상 불씨가 최근 되살아나면서 한은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예기치 못한 대외 변수에 금융시장 충격이 우려됨에 따라 한은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양상이다.

○ 커지는 금리 인하 압박

KDI는 24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0%에서 2.6%로 낮추면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과 함께 한은에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주문했다. 김성태 KDI 거시경제연구부장 겸 금융경제연구부장은 “6개월 전과 비교해 경기 상황은 안 좋아진 반면 금리를 내렸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줄어들었다”며 “지금 금리를 내리면 경기 하방 압력을 완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도 정부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자 한은이 7월경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업이 발생하고 소비, 투자 여건이 악화될 경우를 대비해 한은이 금리 인하로 지원 사격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동안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많이 하던 이주열 한은 총재도 최근 간담회에서 “향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파급되는 실물경제, 금융시장의 영향은 금리를 결정할 때 고려 대상이 된다”고 밝히며 이런 전망을 뒷받침했다.

KDI는 대량 실업 등 구조조정의 부작용이 현실화되면 이날 제시한 2%대 중반의 성장률 달성도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최근 경기 침체는 수출에서 내수로 불황이 파급되면서 대부분의 부문이 침체에 빠지는 전방위형 불황”이라며 “선제적인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美 금리 인상론에 꼬이는 통화정책


하지만 한동안 수면 아래에 가라앉았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한은 통화정책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최근 조기 금리 인상을 시사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4월 회의록이 공개된 데 이어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일제히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며 6월 금리 인상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22일에도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가 “현재 금리 인상에 필요한 조건들이 대부분 충족되기 직전”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 한은의 금리 인하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양국의 금리 격차가 줄어 국내에 투자한 외국 자본의 이탈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외국인 자금까지 빠져나가면 시장의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 이미 국내 금융시장은 바짝 긴장한 상황이다. 미국 금리 인상 우려에 24일 원-달러 환율은 2개월여 만에 최고치인 1190원대로 급등했고 코스피는 외국인 매도세로 1,930대까지 주저앉았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또 금리를 내리면 ‘좀비기업’의 퇴출이 계속 지연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김성태 부장은 “금리가 낮아지면 회생이 가능한 기업들의 차입금 만기 연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가망이 없는 좀비기업들은 금융권이 여신심사를 강화하며 걸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세종=손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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