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좌완 유희관(30·사진)은 21일 사직 롯데전에서 5.1이닝 2실점으로 시즌 5승(무패)째를 얻었다. 투구수가 108구에 달했고, 안타를 9개, 볼넷을 4개나 내줬음에도 2실점으로 버텨냈다.
구심의 좁은 스트라이크존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선발로서 제 임무를 다했다. 주전포수 양의지(29)가 아닌 백업포수 박세혁(26)과 호흡도 쉽지 않았을 터이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22일 롯데전에 앞서 만난 유희관은 “박세혁이 올 시즌 내 첫 승 경기 포수였다. 잘 맞는다”고 치켜세웠다.
압권은 롯데 정훈(29)과 5회말 2사 1·2루에서의 대결이었다. 두산이 5-2로 앞선 상황에서 승리투수 요건까지 단 1아웃 남겨놓고 정훈이 등장했다. 최근 타격감이 그다지 좋지 않아 8번타순을 맡는 정훈이지만 유희관 상대로는 초강세였다. 20일까지 27타수 15안타(1홈런) 2볼넷이었다. 타율이 0.586, 장타율이 0.741에 달했으니 가히 ‘천적’이라 할만했다. 롯데 타자 중 유희관 상대로 두 자릿수 안타를 친 선수는 정훈이 유일하다.
정훈은 21일에도 첫 타석 우익수 뜬공에 이어 4회 좌익수쪽 2루타를 터뜨렸다. 그리고 승부처인 5회 유희관과 마주한 것이다. 유희관도 신중했는지 볼카운트는 3B-1S까지 갔다. 승부를 피하고, 다음 타자인 김대륙과 대결할 의도마저도 엿보였다. 그러나 풀카운트까지 몰고 간 뒤, 108번째 마지막 결정구로 예상을 뒤엎고, 몸쪽 직구를 던졌다. 정면승부에 정훈도 당황했는지 평범한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유희관은 22일 “처음부터 거를 생각은 없었다. 결정구로 싱커를 생각했는데 본능적으로 맞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몸쪽 직구로 붙었다”고 웃었다. 유희관은 “내 공이 잘 보인다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지만 굳이 정훈을 피할 생각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