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재개 총력 쏟는 北? ‘연일 대화 압박’ 숨은 목적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2일 18시 54분


코멘트
북한이 2월 개성공단 폐쇄 조치 이후 일방적으로 단절한 군 통신선까지 재가동하며 남북 군사회담을 하자고 연일 압박하는 데는 ‘명분 만들기’라는 숨은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남북 군사회담을 열자며 20일 공개서한을 보낸 데 이어 21일에는 국방위원회 명의의 대남 통지문을 군 통신선을 통해 국방부로 보내는 등 겉으로만 보면 대화 재개에 총력을 쏟는 모습이다.

먼저 북한이 추가 도발을 위한 명분을 만드는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5차 핵실험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추가 비행 시험,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KN-08 시험 발사 등의 고강도 도발을 강행하기에 앞서 국제사회에 보여주기식 대화 총공세를 하는 것이란 분석이다. “남측이 대화를 거부했기에 도발한 것”이라는 핑곗거리를 미리 만들어 둬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를 막으려는 기만전술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21일 대남 통지문을 보낸 사실을 보도하며 “해외 온 겨레가 남조선 당국이 조선반도의 평화를 바라고 있는가를 엄격히 지켜볼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대회 제의와 동시에 향후 추가 도발 책임을 우리 정부에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이 21일 오후 5시 40분 통지문을 보내고 이례적으로 2시간 25분 만에 평양방송 등 관영매체를 통해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공개한 것도 애초에 우리 정부가 제의를 거절할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반응을 기다리는 대신 국제사회에 “대회를 제의했다”는 사실을 선전하며 도발 명분을 쌓는데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대화에 응할 경우에도 북한은 군사회담을 통해 대북 확성기 가동 중단 등의 실리를 챙길 가능성이 큰 만큼 북한으로선 잃을 게 없다”고 했다.

북한이 북-미 대화를 위한 ‘길 닦기’ 차원에서 거절당할 걸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남북 군사회담을 제안하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회담 성사 실패는 곧 북한이 미국에 북-미 대화를 직접 제안할 수 있는 명분이 된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노동당 규약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한 북한 입장에선 이를 인정받을 공개적인 외교 활동이 시급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회담 제안을 거절하는 횟수가 늘수록 북한의 북-미 회담 제안 명분은 더 쌓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이후 외교적으로 더욱 고립된 북한은 몇 남지 않은 ‘우방국 잡기’ 행보에 나선 모습이다. 노동신문은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윈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노동당 대표단이 21일 쿠바를 방문하기 위해 평양을 출발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역시 같은 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20일 열린 적도기니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사실을 공개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