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 측정망 수도권 집중… 지방에 늘려 관리 강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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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기상청 대기질 대책 회의

정부가 미세먼지를 줄이고 대기질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 수위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와 함께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데다 그간 산업계 등의 반발 때문에 너무 수세적으로 대응해온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대책 수립을 위한 환경현안 점검회의가 열린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 회의실에서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현재 시행 중인 정책 보고와 함께 각종 대책이 쏟아져 나왔다.

초점이 맞춰진 분야는 초미세먼지인 PM2.5의 대응 및 관리를 어떻게 강화할 것이냐는 것. 환경부 관계자는 “초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데 PM10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관리가 소홀했다”며 “전반적인 미세먼지 대책 중에서도 이런 기술적, 정책적 구멍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집중적으로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 ‘용두사미’ 환경정책 다시 테이블에

이런 대응은 박근혜 대통령이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중장기 대책을 내놓으라”고 지시한 이후 속도를 내고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지난달 29일 기상청을 방문해 문제점에 대한 대응 방안을 주문하는 등 압박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과 대기질 개선을 위한 정책 강도를 대폭 높일 방침이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환경현안 점검회의 및 환경부 미세먼지 태스크포스(TF)팀 회의에서 수도권 대기오염물질 배출총량제의 관리 대상에 미세먼지를 포함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이 제도는 배출량이 연간 4t을 넘는 사업장에 대해 배출 총량을 정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벌금을 내도록 하는 방식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현재 414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의 두 가지가 규제되고 있다. 또 ‘저공해 차량’으로 분류돼 환경개선부담금이 면제돼온 유로6 기준의 경유차량에 부담금을 물리는 것을 비롯해 그간 시행하지 못했던 정책 대부분이 재검토 대상에 올라간 것.

수도권대기환경청 관계자는 “오염물질 배출총량제의 경우 공장들이 배출하는 미세먼지 비중에 비해 측정기계 설치 부담이 크다는 등의 이유로 과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그러나 업종별로 배출량이 천차만별인 데다 미세먼지 문제가 악화되고 있는 만큼 다시 논의해볼 시점에 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규제 정책 강화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교수는 “우리 행정력으로 줄일 수 있는 미세먼지부터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사업장은 규제 대상이 명확하고 미세먼지 배출량 측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효성 있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추진 과정에서 난항도 예상된다. 각 사업장에 설치될 장비가 기술적 결함 없이 미세먼지 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냐는 우려도 나온다. 각종 정책 추진 과정에서 부족한 예산 및 관련 부처들과의 조율도 풀어야 할 과제다. 화력발전소 문제만 해도 산업통상자원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포스코가 추진하는 화력발전소를 비롯해 2029년까지 7차 전력수급계획에 추가로 20기 증설이 예정돼 있다.

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 중에서도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 정도까지 작은 초미세먼지는 코에서 걸러지지 않고 마스크를 써도 막을 수 없어 인체에 훨씬 해롭다. 그러나 정부의 초미세먼지 관리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PM2.5는 2014년까지 진행된 제1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에는 아예 관리 대상으로 포함돼 있지도 않았다. 지난해에야 농도의 규제기준과 목표치 등이 설정돼 관리되기 시작했다.

측정망만 해도 전국에 설치돼 있는 PM2.5 측정장비 수는 PM10 측정장비의 40%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방의 경우 아예 측정 자체가 불가능한 곳도 적지 않다. 환경부는 우선 이런 기술적인 부분부터 보완해 미세먼지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 미세먼지-황사 예보 경보 시스템 일원화

‘칸막이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미세먼지와 황사의 예보 및 경보 시스템도 일원화한다. 현재 황사 예·경보는 기상청이, 미세먼지는 환경부가 맡고 있으며 미세먼지 주의보 및 경보 발령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하고 있다. 그 기준 농도도 황사는 m³당 400μg,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각각 m³당 150μg과 90μg 이상으로 나뉘어 있다. 이 기준 수치를 통합하고 명칭도 아예 ‘황사·미세먼지 경보’ 같은 형식으로 바꾸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부 내에서는 담당 부처를 1곳으로 지정해 관련 업무를 종합적으로 모으는 기관 통합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를 둘러싼 기상청과 환경부 간 신경전이 팽팽해 당장 추진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최근 두 기관의 업무 통합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는 격론이 오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등 해외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주변국들과의 공조는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에서 PM2.5 대응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데 이어 미국항공우주국(NASA) 연구팀과의 ‘한미 협력 국내 대기질 공동조사(KORUS-AQ)’도 2일부터 시작된다. 6월 12일까지 실시되는 이 공동조사에는 양국에서 93개 연구팀 총 400여 명이 참여한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임현석 기자
#초미세먼지#측정망#수도권#환경청#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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