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정부 대표’ 예멘 전-현직 외교장관, 서울서 마주앉은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4일 22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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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평화협상 대표격인 전·현직 외교장관이 함께 한국에 나타났다. 외교부가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연 ‘예멘의 미래’ 토론회에는 예멘 정부를 대표하는 압둘말릭 알미클라피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반정부 성향인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 측의 아부바르크 압둘라 알키르비 전 외교장관이 나란히 앉았다.

지난해 예멘 내전 종식을 위한 1, 2차 평화 협상이 결렬되고 올해 1월 14일 재개 예정이던 3차 협상은 사우디-이란 갈등으로 지연되는 가운데 한국이 대화 주선에 나선 것. 한국은 올해 유럽연합(EU)과 공동으로 ‘중동문제 국제회의’를 개최하면서 예멘 특별세션을 통해 정부·반정부 대표가 함께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었다.

예멘 내전은 2014년 9월 시아파인 후티 반군이 예멘 수도 사나를 점령한 데 이어 지난해 2월 정부를 전복하면서 촉발됐다. 민간인 희생자가 6000명을 넘었고 인구의 80%가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태다. 이 내전은 이슬람 수니·시아파 대립에 따른 것으로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 성격도 있다. 핵문제 타결과 제재 해제로 ‘기회의 땅’이 된 이란과 이에 경계심을 느끼고 ‘대국기질’을 발휘하려는 사우디의 충돌이 예멘 사태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 대립이 첨예한 만큼 해결책 모색이 절실하고 이에 따라 그 기회를 마련하려는 한국의 노력에 양측 당사자 모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예멘 사태가 안정되면 과거처럼 원유·가스 수입도 재개할 수 있어 한국의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와 시장 진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병준 외교부 중동2과장은 “방한한 예멘 인사들이 식민지와 분단 경험을 공유한 한국에 각별한 동질감을 느낀다며 ‘한국의 발전 모델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은 회의 이후 비무장지대(DMZ)와 서울 시내를 둘러보고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이스마일 오울드 셰이크 아흐메드 예멘 파견 유엔특사는 “이번 행사가 예멘 사태를 끝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희망한다”며 “서로의 차이를 얘기할 기회를 만들어준 한국 정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조숭호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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