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악취-해충 혐오시설이 주민 쉼터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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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 저장 유수지의 대변신

악취와 해충, 쓰레기로 몸살을 앓던 서울의 유수지가 최근 주민들을 위한 휴식과 편의시설로 탈바꿈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유수지의 자연생태계 복원 전 모습(위 사진)과 내년 이곳에 들어설 축구장 조감도. 서울 영등포구 제공
악취와 해충, 쓰레기로 몸살을 앓던 서울의 유수지가 최근 주민들을 위한 휴식과 편의시설로 탈바꿈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유수지의 자연생태계 복원 전 모습(위 사진)과 내년 이곳에 들어설 축구장 조감도. 서울 영등포구 제공
서울시내 유수지(遊水池)는 모두 52곳으로 면적만 182만 m²에 이른다. 어린이대공원(56만 m²)의 3배가 넘는 크기다. 유수지는 빗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하고 하천의 수량을 조절하는 저수지다. 홍수 피해를 줄이고 농사에 필요한 물을 저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비가 많이 오는 여름철 우기를 제외하고는 마땅한 용도가 없다. 관리마저 제대로 되지 않아 악취와 해충 오물 등으로 인해 도심 흉물로 전락했다. 하지만 최근 유수지가 철새와 곤충이 찾아오는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 농촌 체험 학습장으로도 인기

13일 오후 찾은 영등포구 양평유수지(3만4000m²). 10년 전만 해도 쓰레기가 넘쳐나 악취와 해충 문제로 근처 주민들의 민원이 잦았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높이 10m가 훌쩍 넘는 메타세쿼이아 수양버들 등 나무 300그루가 유수지를 둘러싸고 있다. 유수지 위에 1∼5m 높이의 나무로 만든 생태탐방덱은 주민들의 산책로로 이용된다. 유수지 안에는 넓은 생태습지가 자리하고 있다. 연꽃 물억새 부들 노랑꽃창포 등 수생식물이 자란다. 모두 생활하수와 오수를 정화할 수 있는 기능성 식물이다.

유수지 내 논에서는 얼마 전 추수가 이뤄졌다. 색동호박이나 토란 등의 작물도 수확했다. 주변에 장독대와 초가집 황소 달구지 돌절구 쟁기 등의 모형을 갖춰 농촌의 정취가 물씬 묻어난다. 봄부터 가을까지 어린이들의 농촌 체험 학습장으로 인기다. 수목터널 사각정자는 산책 나온 주민들의 사랑방이다. 지난해 서울시가 선정한 ‘사색의 공간 87선’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경기 부천시와 강원 철원군은 양평유수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다녀가기도 했다. 영등포구는 2017년 이곳에 인조잔디 축구장을 개장할 예정이다.

강서구도 5월 가양유수지에 1만 t 규모의 지하 저류조를 만들었다. 그 위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레포츠센터를 지었다. 농구와 배구 배드민턴 등을 즐길 수 있는 실내체육관과 샤워장 등의 편의시설을 갖췄다. 센터 밖에는 어린이 야구연습장과 인조잔디 축구장, 족구장도 있다. 9월에는 일반 도서부터 어린이, 영어, 문화 등 다양한 장르의 책 1만4000여 권을 갖춘 도서관도 문을 열었다. 1층에는 전시공간이, 2층에는 어린이열람실과 유아열람실이 있다.

구로구는 5월 개봉유수지에 어린이들이 직접 식물을 키우는 400m² 크기의 어린이 자연학습장을 만들었다. 주위에는 1만1600m²의 화단이 있어 아이들은 꽃밭에서 다양한 자연 체험을 할 수 있다. 강동구도 성내유수지에 자연체험학습장과 휴식공간이 있는 생태공원을 조성했다.

○ 녹지와 주차공간까지 확보

서울시와 자치구는 본래 기능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수지의 자연생태계를 복원해 주민 휴식공간으로 꾸미고 있다. 2012년 사업을 시작해 2020년까지 2339억 원을 투입한다. 대부분 생태공원과 체육시설 주차장 도서관 등을 짓는다. 지금까지 43곳이 이처럼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유수지를 활용하면 별도의 토지보상비를 쓰지 않아도 부족한 녹지와 주차·편의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유수지#빗물 저장 유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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