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건 “최고수뇌부 모독 거론하며 전단중단 요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31일 21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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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5 합의를 이뤄낸 남북 고위급 접촉 북한대표인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가리키는 이른바 ‘최고 수뇌부’ 모독을 거론하며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 김양건은 남북이 8·25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북한은 박근혜 정부 들어 남북대화 국면에서 최고존엄 모독과 대북전단 중단을 내세우며 정부를 압박했고 대화의 판을 깨기도 했다. 이번에도 이산가족 상봉과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를 대화 지속의 조건으로 내걸고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박상권 평화자동차 명예회장에 따르면 김양건은 27일 오후 평양에서 박 회장을 만나 “(국방부의) 참형 발언은 (북한의) 최고수뇌부를 겨냥한 것이다. 남측의 군부가 하는 것은 당국이 하는 것이지 않느냐. 당국이 협상해놓고 그럴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27일 한 세미나에서 국방부 관계자가 북한의 핵무기 사용 징후가 포착되면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핵심 지도부를 제거하는 ‘참수 작전’ 도입을 언급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최고수뇌부는 김정은을 가리킨다. 김양건은 “합의문 잉크도 마르기 전에 군부(국방부)에서 ‘참형’이라는 말을 쓰면서 뒤통수를 치면 내가 무슨 힘을 갖고 다른 일을 추진할 수 있겠느냐”는 말을 정부에 꼭 전해달라고 박 회장에게 요구했다고 한다. “당국 접촉에서 합의해놓고 나니까 참형이라는 말이 나오니 기절초풍할 것 같았다”는 말도 했다고 박 회장이 전했다.

김양건은 박 회장이 “북쪽만 남쪽을 나무라지 말라. 남쪽 국민에서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지뢰로 다리 잃어버린 사람 있고 그렇게 다친 사람 있다. (북측 대표가) 돌아가서 일방적으로 거짓말하지 않았느냐”고 하자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김양건은 “우리(북한)는 준전시상태도 해제하고 이산가족 문제도 아주 신중히 생각하고 있다”며 “우리는 약속한 것은 다 이행하고 어기는 일 없을 테니 남측도 이번 합의를 계기로 신뢰를 쌓고 합의가 잘 이행해달라”는 뜻을 정부에 전해달라고 했다고 박 회장이 전했다.

김양건은 또 참수 발언에 대한 유감과 함께 특히 대북전단 살포 중단 요구도 정부에 전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박 회장에 따르면 △합의 이행 공동 노력 △참수 발언 유감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한국 정부에 요구한 것이다.

박 회장에 따르면 김양건이 “삐라와 확성기 방송이 다른 게 있느냐며 확성기 방송을 안 하기로 합의했으면 융통성있게 삐라도 보내지 말아 달라”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김정은이 고 문선명 통일교 총재 3주기에 보내는 조전과 조화를 전달받기 위해 24¤28일 평양을 방문했다.

윤완준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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