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기자의 인저리 타임]코치-GK와 동갑… 어우러지는 리더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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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3위… 전남 노상래 감독
김태영 수석-김병지 ‘가끔’ 맞먹어도 조카같은 후배들 다독이며 시너지
선후배 배려하는 ‘신구 조화’ 장점

전남의 창단 멤버로 사령탑에 오른 노상래 감독이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을 지휘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하위권을 맴돌았던 전남은 올 시즌 전북, 수원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남의 창단 멤버로 사령탑에 오른 노상래 감독이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을 지휘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하위권을 맴돌았던 전남은 올 시즌 전북, 수원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북이 잘하고 대전이 고전할 것이라는 것, 이 두 가지 예측을 빼곤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다. 정말 예측이 불가능한 시즌이다. 전남? 남은 경기가 많지만 정규리그 3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순위가 높은 것뿐만 아니라 경기 내용이 아주 좋다. 반짝 돌풍은 아니라고 본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의 말이다. 올 시즌 ‘뒤죽박죽 순위’ 현상에 대한 그의 분석은 이렇다. “과거에는 돈을 많이 쓰면 성적을 냈다. 하지만 연봉 공개 제도를 도입한 뒤에는 씀씀이를 확 줄인 구단이 많다. 이제는 선수들의 몸값으로 승부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전력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전남 골키퍼 김병지(45)가 26일 제주와의 경기에서 최초로 통산 700경기 출전을 달성했다. 대기록의 그늘에 가려졌지만 전남은 이날 승리로 3위(승점 37·10승 7무 6패)가 됐다. 제주전 10경기 무승(2무 8패)의 사슬도 끊었다. 시즌 초반 중하위권이었던 전남은 6월 6일 인천전 승리를 시작으로 6승 2무 1패를 기록하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2010년 이후 5년 만에 FA컵 4강에도 진출했다. 전남의 최근 다섯 시즌 순위는 10→7→11→10→7위. 하위권을 전전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별다른 전력 보강은 없었다. 달라진 것은 감독이 바뀌었다는 것.

▷지난해까지 수석코치였던 노상래 감독(45)은 전남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숭실대를 졸업하고 실업팀 주택은행에서 뛰다 1995년 창단 멤버로 전남과 인연을 맺었다. 첫해 26경기에 출전해 15골을 넣었다. 득점왕에 올랐고 신인상도 받았다. 전남에서 전성기를 보내고 2003년부터 2년 동안 대구FC에서 뛰었지만 2008년 코치로 다시 전남에 왔다. “전남은 본가이자 친정”이라고 말할 정도로 애정이 깊다. 노 감독은 부임 후 전남 입단 동기인 김태영 전 국가대표팀 코치(45)를 수석코치로 영입했다. 전남은 1970년생 동갑내기 친구들이 감독-코치-선수(김병지)로 함께하는 보기 드문 팀이 됐다.

▷“같은 나이의 코치와 선수가 있는 게 불편하지 않으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 공과 사를 정확히 구분하는 친구들이다. 아, 가끔 맞먹을 때도 있긴 하다. 하하.” 노 감독은 친구의 700경기 출전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그는 “선수들을 결집시키는 계기가 됐다. 조카뻘인 후배들이 ‘이날은 꼭 이겨야 한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하지만 김병지를 향한 스포트라이트가 너무 강해 다른 선수들이 부각되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했다. “김병지가 아니라 전남이 잘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싶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대답했다. “아이고, 그런 부분을 알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노 감독이 분석하는 전남 상승세의 원동력은 ‘조화’다. 그는 “갑자기 달라진 것은 아니다. 이전에도 전남은 선후배들이 서로를 배려하는 팀이었다. 하지만 아쉽고 부족했던 부분들이 올해 조금 더 좋아진 것 같다. 나부터 ‘신구 조화’를 강조했고 선수들이 잘 받아들여 줬다”고 말했다. 김대길 위원은 “동기 3명이 불협화음 없이 가고 있다는 게 전남의 힘이다. 조카 같은 선수들을 잘 다독거리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남의 정규리그 최고 성적은 노 감독과 김 수석코치가 선수로 활약하던 1997년의 2위였다. 올 시즌 전남의 최종 성적이 궁금하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전남#노상래#김태영#김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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