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사로 독립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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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조 공룡기금’ 수익률 높이기 총력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공사로 독립시키는 내용의 개편안을 21일 공개했다. 올해 500조 원을 돌파한 국민연금 기금의 규모에 걸맞은 투자 전문성과 조직을 갖추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공사 독립이 오히려 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기금의 안정성을 위태롭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많아 논란이 예상된다.

○ 국민연금 기금공사 독립, 금융인 전문 조직화

개편안의 핵심은 국민연금공단의 내부 부서이던 기금운용본부를 별도의 공사로 분리해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하는 것이다. 조직을 금융 전문가로 구성해 연금자산운용의 수익성 극대화를 추구하겠다는 취지다. 공사 사장은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으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한다. 기존 기금운용본부는 전문성이 부족하고, 공단 산하라 독립적인 투자 종목 선정에 제약이 많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기금 투자를 주식, 채권 등에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기금운용위원회는 민간 금융 전문가 위주의 상설 조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기존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았던 기금운용위원회는 연 5, 6회 열리는 비상설 기구로, 급변하는 금융시장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근로자 대표 3명, 지역 가입자 대표 6명 등 비전문가가 다수인 점도 문제였다. 복지부 차관이 주재하던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복지부 장관이 주재하는 국민연금정책위원회로 격상시켜 연금 관련 정책을 총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조성일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선진국의 연금을 뒤따라가는 뒷북 투자에서 벗어나려면 최고 전문가들이 독립된 조직 환경에서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금운용본부를 공사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지나친 수익 추구로 노후 자산 위험 우려


하지만 기금공사 독립이 국민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 기금을 위태롭게 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국민연금 가입자와 정부 통제를 받지 않는 금융 전문가 위주의 조직이 수익 추구에 매몰돼 기금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금공사 분리론자들은 국민연금의 기금 투자가 채권 위주의 안전 자산 위주라 수익률이 낮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최근 5년(2009∼2013년) 평균 수익률은 6.9%로 캐나다(CPPIB·11.9%), 미국(CalPERS·13.1%), 네덜란드(ABP·11.2), 노르웨이(GPF·12%) 등 세계 주요 연기금보다 낮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안전자산 위주인 국민연금은 세계 경제위기 상황에서 강했다. 수익 지향형인 캐나다와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각각 ―14.5%, ―27.8% 등 큰 손실을 봤다. 당시 ―0.2%에 그쳤던 우리 국민연금과 대비된다.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장기 수익률은 국민연금(6.3%)이 캐나다(5.2%), 미국(5.45%)보다 높다. 자칫 세계 경제위기가 재현됐을 경우 국민 노후 자산에 손실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 공사 독립해도 수익률 제고 근거 부족해

기금공사가 독립돼도 수익률이 높아진다는 실증적 근거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분리론자들은 공사 독립으로 수익률이 평균 1%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국민연금 보험료(현 9%)를 2.5%포인트 인상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낳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해외 유수의 투자기관이라도 장기간 계속해서 수익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김우창 KAIST 교수는 “향후 40년간 추가 위험 없이 연평균 1%포인트 이상 초과 수익을 달성할 확률은 약 5.7%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민간 위주로 운영되는 해외 투자 전문 기관인 한국투자공사(KIC)의 해외 주식 투자 수익률은 8.9%로 국민연금(8.8%)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익 추구가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금 수익률이 1%라도 손해가 날 경우 제2의 국민연금 탈퇴 대란 등 혼란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유근형 noel@donga.com·황성호 기자·배정미 인턴기자 고려대 행정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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