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총재 “임금피크제 통해 청년고용 늘려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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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연장 따른 취업난 악화 우려… 시중은행장과의 회의 자리서 당부
KB금융 회장 “2015년 채용 40% 늘릴것”… 우리-기업銀도 2014년 2배 채용 방침

내년부터 300인 이상 국내 기업들의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서 그 여파로 청년 일자리 사정이 크게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달아 나오는 가운데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한국은행 총재가 청년 취업난 악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장년층 근로자에 대한 인건비 지출이 늘어남에 따라 금융회사나 대기업 등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신규 채용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2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은 본관으로 시중은행장들을 초청해 금융협의회를 열고 “지금 고용이 큰 이슈다. 이제 정년 연장이 시행되면 앞으로 2, 3년간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4월 통계를 보니 청년실업률이 10%가 넘어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벌써 ‘고용대란’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청년(15∼29세) 실업률은 10.2%로 4월 수치만 놓고 보면 1999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높았다. 이는 50대(2.5%), 60대 이상(2.3%) 실업률의 네 배가 넘는 수치다. 이에 앞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정년 60세가 의무화되면서 ‘청년고용 절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내후년까지 약 3년이 문제”라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이날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은행장들에게 “어려운 경제 환경이지만 청년고용을 늘려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한국은행도 7월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해 남는 예산으로 신규 채용을 늘릴 것”이라며 최근 신규 채용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희망퇴직 실시 계획을 밝힌 국민은행의 사례도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희망퇴직은) KB금융 나름의 상생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사가 합의한 것”이라며 “올해 신규 채용은 작년보다 40% 늘릴 방침”이라고 화답했다. 앞서 우리은행도 정부의 일자리 창출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올해 채용 규모를 연초 계획의 2배인 800명으로 늘리기로 했고 기업은행과 신한은행도 채용 인원을 작년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정부는 금융권뿐 아니라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임금체계 개편을 통한 채용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50여 개 기관이 채택하고 있는 임금피크제를 내년에는 모든 공공기관으로 확산시킬 방침이다. 이를 통해 최대 8000명의 신규 인력 채용이 가능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그러나 민간 부문에서는 정부가 추진해오던 노동개혁이 교착 상태에 빠진 뒤로 문제의 해법을 찾기 힘들어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업들은 정년 연장에 대비해 벌써부터 신규 채용을 줄이려 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 결과 올해 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채용을 안 하겠다는 대기업의 36.5%는 ‘정년 연장과 통상임금 문제’를 주된 이유로 들었다.

게다가 금융권의 신규 채용 확대는 자연스럽게 40, 50대 이상 직원들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저금리의 장기화 등으로 가뜩이나 은행들의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핀테크의 확산 등으로 점포 수도 감소하는 추세여서 금융회사들이 남는 중장년층 인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도 골칫거리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임금피크제#청년고용#정년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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