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집값 먼저 뛰더니”…주택시장 열기 식지 않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0일 1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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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이사철이 마무리됐지만 주택시장의 열기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5월 서울의 일평균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0일 현재 395.4건으로 역대 최대치였던 2006년 5월 거래량(375.2건)을 가볍게 뛰어넘었습니다.

거래량이 늘고 집값도 오르는데도 2006년처럼 집값이 폭등할 조짐이 없다는 게 요즘 부동산 시장의 특징입니다. 부동산 시장에 ‘골디락스(성장세가 지속되면서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거의 없는 이상적 상황)’가 왔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주택시장이 달아오르면 집값이 먼저 뛰었습니다. 시장 활황기였던 2006년에는 108만2453건이 거래되며 집값이 연간 11.6% 올랐습니다. 하지만 주택 거래량이 100만5173건으로 2006년과 비슷했던 지난해에는 집값이 1.7% 오르는데 그쳤습니다. 작년보다는 다소 들썩이고 있지만 올해 집값도 드라마틱하게 오를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그러다보니 집을 사야할지 말지 갈팡질팡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떤 이유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요. 전문가들은 최근 주택 거래량에 ‘착시효과’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수도권에서 택지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전국의 주택 수가 빠르게 늘었습니다. 2005년 578만2000채였던 수도권의 주택 수는 지난해 722만7000채로 25.0% 증가했죠.

주택시장의 덩치가 커졌기 때문에 똑같이 거래량이 100만 건을 돌파해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졌다는 겁니다. 주가가 600일 때 20포인트 오르면 3.3% 상승한 거지만 주가가 1000일 때 20포인트 오르면 2.0% 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주택거래율(거래량을 주택 수로 나눈 값)을 보면 서울은 2006년에는 11.2% 늘었지만 지난해는 5.4%만 증가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실제 집주인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보여주는 주택거래율로 보면 작년 상황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과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실수요자 위주로 주택거래의 주체가 바뀐 점도 한몫했습니다. 너무 많은 웃돈을 주고 집 살 사람이 별로 없으니 올해 주택거래량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해도 집값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이처럼 ‘냉정한 열기’가 지속되다보면 어느 순간 주택거래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주택 거래가 꾸준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의 지속적인 시그널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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