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뉴욕-파리의 트렌드 리더를 파악하라, 국내 고객은 따라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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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층서 수직적 유행 확산 끝나… 이젠 몇개 중심점서 주위로 퍼져
물건이 아닌 가치관 파는 시대… 트렌드 리더와 추종자 알아야

문화는 더이상 상위 계층에서 하위 계층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20세기를 지나오면서 서구인들은 문화가 부챗살처럼 몇 개의 중심점에서 사방으로 퍼진다고 믿기 시작했다. 마치 뉴욕 브롱크스의 젊은이들이 만들어낸 힙합음악과 패션이 전 세계 젊은 소비자층을 뒤흔들어놨듯이, 부유층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만이 새로운 문화를 주도하는 것은 아니다. 정말 중요한 건 트렌드 리더들이 모여 있는 ‘창의력 공장’, 즉 파리 런던 뉴욕 도쿄 등의 도시다. 여기서 시작된 트렌드가 부챗살처럼 전 세계로 퍼져 나간다. 물건이 아니라 가치관을 팔아야 하는 시대에 여전히 소득 수준과 사회적 지위를 기준으로 시장을 세분하고 마케팅 전략을 짜는 방식으로는 선도 기업이 될 수 없다.

○ 누가 트렌드 리더인가


트렌드 리더가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소비자들은 상품을 고를 때 가격과 기능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더 나은 대안을 선택하는 합리적인 존재들이 아니다. 그 상품을 누가 쓰고, 입고, 소지하느냐에 따라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사례가 많다. 예를 들면, 오늘날의 애플 스마트폰은 ‘첨단 기술을 아는 지적인 사람들이 사용한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런 이미지 덕분에 새 제품이 나올 때마다 세계 주요 도시 매장 앞에서는 새벽부터 긴 줄이 이어진다. 사실 이미 애플의 상품들은 50대 이상의 미국 시골 주부들까지도 들고 다니는 낡은(?) 브랜드에 속한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청년들이 ‘쿨’하다며 선호하는 이유는 원래 애플을 사용하던 트렌드 리더들의 이미지 때문이다. 애플 아이폰은 수염이 덥수룩한 미국 실리콘밸리 히피족들과 로커들이 가장 먼저 사용했다. 따라서 세상을 앞서 가는 반항자이자 트렌드 리더들이 즐겨 사용하는 하나의 상징물로 여겨졌다. 금융회사나 대기업에서 일하며 전 세계로 출장을 다니는 비즈니스맨의 상징인 ‘블랙베리 폰’이 ‘젊음’ ‘쿨’보다는 ‘수직적이고 빈틈없지만 조금 답답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과도 대비된다.

○ 한국 기업, 어떻게 트렌드를 읽을 것인가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인들의 ‘트렌드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19세기 유럽인들의 그것과 유사하다. 귀족과 부유층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중산층이 이를 흉내 내고 익히며, 서민층이 다시 중산층의 문화를 배우면서 유행과 소비 트렌드가 이동한다는 믿음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미 변화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내수시장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다. 인터넷으로 외국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소위 ‘직구 열풍’에도 속수무책이다. 글로벌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뉴욕의 트렌드 리더, 파리의 아방가르드 예술가를 추종하는 건 그 지역 사람들뿐만이 아니다. 서울의 젊은이들도 기꺼이 그들을 ‘롤 모델’로 삼고자 한다. 국내 청년층의 외국 제품 선호 현상은 국내 기업과 문화 조직들이 변화하는 소비자의 기호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겨났다. 직구 열풍 등을 그저 외국을 동경하는 철없는 젊은이들의 ‘허세’ 정도로 여긴다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은 물론이고 국내 시장에서의 생존조차 위험해질 수 있다.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지금 누가 트렌드를 이끌고 있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트렌드의 특징은 무엇이며 추종자들이 누구인지 반드시 알아야 한다.

조승연 문화전략가

정리=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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