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도형]무상 vs 유상 싸움에 뒷전 밀린 아이들 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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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김도형 기자
‘학생이 급식을 고를 수 있어도 계속 이런 밥을 줄 수 있을까.’ 1∼19일 학교 급식 사진 콘테스트를 진행하며 기자의 머릿속을 맴돈 생각이다. 매일 찾아오는 ‘단골손님’에게 이래도 되나 싶은 밥도 식판에 담겨 있었다.

급식 사진과 기사가 공개된 21일 누리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다양한 의견이 댓글로 달렸다. ‘재료비가 다르지 않나’ ‘사진 한 장으로 비교하는 건 가혹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대다수는 학교별 격차가 아주 크다는 점에 동의하고 분노했다.

이런 격차의 원인은 간단했다. 학교 급식에서 학생은 ‘손님’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일 밥을 먹지만 학생은 다른 급식을 선택할 수 없다. 좋은지 싫은지, 맛이 있는지 없는지 제대로 귀담아듣는 곳도 없다.

1998년 초등학교에서 전면적으로 급식을 시작하고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지금은 중고교에서도 전면 급식이 이뤄진다. 하지만 급식은 여전히 ‘일방통행’이다. 안전 급식을 넘어선 좋은 급식에 대한 고민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전국의 초중고교는 1만1000여 곳. 하지만 교육부는 매년 200여 곳만 뽑아 만족도를 조사한다. 각 지역 교육청도 대부분 학교 자체 평가에 의존하고 있다. 좋은 급식으로 꼽힌 경기지역의 한 고교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보도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며 취재 요청을 거절했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이 정작 밥 먹는 학생을 뒷전으로 밀어 놓는 상황도 문제다. 교육부 관계자는 “민감한 전체 학교의 급식 만족도는 조사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학생 만족도 조사 결과가 유상급식과 무상급식 중 어느 쪽이 나은지 편 가르고 공격하는 근거가 되지 않을까 겁난다는 속내로 보인다.

콘테스트에 참여해 준 학생과 학부모 덕택에 취재진이 얻은 결론은 간단하다. 무상이든 유상이든 이제는 아이들에게 좋은 급식을 먹이는 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는 점이다.

보도가 나간 뒤 서울지역의 한 예고 학생은 기자에게 급식 사진까지 첨부한 e메일을 보냈다. “그렇게 잘 먹는 학생들이 있단 걸 보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맛있는 반찬은 바라지도 않으니 평범한 음식이라도 푸짐하게 줬으면 좋겠어요. 맛없고 양 적은 급식을 받는 점심 때만 되면 억울한 마음까지 들어요.” 이렇게 오늘도 학생들은, 주는 대로 급식을 먹고 있다.

김도형·사회부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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