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의원 아들이 의원 될 확률, 일반인의 8472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통계학자 “정치 대물림 심각” 비판… 억만장자-TV스타도 가족 대물림

만약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공화당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맞붙는다면 누가 이기더라도 대기록이 탄생한다. 클린턴 전 장관이 승리하면 ‘첫 여성 대통령이자 첫 영부인 출신 대통령’이 되고, 부시 전 주지사가 이기면 ‘대통령 출신 아버지와 형을 둔 최초의 대통령’이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 정계와 언론들은 1992년 ‘빌 클린턴 대 아버지 부시’의 대결 이후 24년 만에 대통령 명가(名家) 간 재대결이 펼쳐질지 주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 미국 정치권의 이런 대물림 연고주의 현상이 얼마나 심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고를 실었다. 데이터 경제학자 세스 스티븐스다비도위츠 씨는 베이비붐 세대 남자 3700만 명을 빅데이터 분석한 결과 ‘아버지가 상원의원이면 아들도 상원의원이 될 확률’이 47분의 1인 반면 일반 성인 남성이 상원의원이 될 확률은 39만8197분의 1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상원의원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상원의원 될 가능성’이 평균(또래 일반 남자의 확률)의 8472배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대물림 상원의원’은 근래 들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2003∼2006년의 경우 사상 최대인 6명의 ‘아들 상원의원’이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대물림 연고주의 현상은 프로스포츠, 군 장성, 최고경영자(CEO), 퓰리처상이나 그래미상 수상자 등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정치권과 다소 다른 특징을 띠고 있다. 예를 들어 프로스포츠는 ‘슈퍼스타 아버지에 슈퍼스타 아들’이 나오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스티븐스다비도위츠 씨는 “프로스포츠는 경쟁이 치열해 (연고가 있어도) 실력이 없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치권 이상으로 연고주의 혜택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는 대표적 분야는 억만장자 집안과 시청자에게 얼굴을 알리는 데 유리한 ‘리얼리티 TV 스타’ 가족이다. 스티븐스다비도위츠 씨는 “미국 사회의 여러 영역에서 대물림 연고주의 현상이 드러나고 있고, 특히 정치권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 문제를 계속 보고 넘길 것이냐”고 지적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미국#의원#대물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