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대 임상병리학과, 임상병리사를 넘어 의과학자를 지향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2일 0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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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양대학교 임상병리학과 학생들은 매년 겨울방학(1월 중, 3주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RMIT 대학 및 Holmesglen 전문대학 “Introduction to Haematology(혈액학 개론)”연수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수료증을 획득하는 등 글로벌 전문임상병리사의 꿈을 꾸고 있다. 건양대 제공
건양대학교 임상병리학과 학생들은 매년 겨울방학(1월 중, 3주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RMIT 대학 및 Holmesglen 전문대학 “Introduction to Haematology(혈액학 개론)”연수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수료증을 획득하는 등 글로벌 전문임상병리사의 꿈을 꾸고 있다. 건양대 제공
임상병리사를 넘어 의과학자를 지향한다

2005년 개설된 건양대 임상병리학과가 ‘임상병리학의 명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7년 연속 임상병리사 국가고시 100% 합격, 2008년과 2013년 수석 합격자 배출, 최근 3년간 취업률 86.7%가 겉으로 드러난 성과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이 글로벌 전문임상병리사와 의과학자를 동시에 양성하겠다는 투 트랙의 독특한 커리큘럼이다. 작년 이 학과는 전국 4년제 25개 동종학과 중에서 유일하게 교육부 특성화학과(CK-1) 및 우수학과(명품학과)에 선정됐다. 다른 임상병리학과에서 하지 않는 시도와 노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시작한 특성화 교육의 요체는 ‘의학에 기반한 과학, 기술, 공학 융복합 교육(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based on Medicine)’이다. 학과장을 맡고 있는 조현정 교수는 STEM 교육을 도입한 이유에 대해 “임상병리학과라는 한계를 깨고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의생명과학에 관련된 과목을 포함하여 36학점을 이수하면 ’의생명과학‘ 전공 복수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짜여져 있다. 의과학자를 양성하겠다는 학과의 의지가 읽힌다. STEM 교육은 건양대학교병원, 의과대학, 의과학대학, 의료공과대학으로 이루어진 국내 유일의 ‘메디바이오 콤플렉스’와 인근의 대덕연구단지 인프라를 활용한다. 학과는 올해부터 KAIST, 생명공학연구원 등과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 참여해 업무협약을 맺고 각각의 캠퍼스에서 강의를 듣도록 함으로써 의과학 분야에 대한 학과의 전문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학과는 특성화학과와 명품학과로 선정돼 국가로부터 매년 10억5000만 원씩을 지원받는다. 이 자금은 교육환경 개선과 커리큘럼 개발, 장학금에 집중 투자해 학과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는 마중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학과에는 ‘ASTRO(별이라는 뜻의 스페인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스타 학생을 양성하기 위한 교수 학생 간 일대일 맞춤 진로 교육이다. 학과 내 5개의 전공동아리는 ASTRO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시스템이다. 07학번 졸업생으로 서울대 약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진혜림 씨는 “생화학 전공동아리 ‘클리바’에서 활동하면서 다양한 실험 실습을 했고 논문도 많이 읽었다. 시대 흐름에 맞는 임상병리가 무엇인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됐으며 다양한 인턴에 대한 동기 부여를 받았다. 교수님들은 영어공부도 강조했다”며 교수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전공동아리 ‘나노리포’는 지난해 12월 약학·약리학 분야의 SCI급 저널인 ‘저널 오브 컨트롤 릴리즈’에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2014년 1월 건양대 임상병리학과 김민주 교수가(맨왼쪽) 호주 멜버른 카브리니 병원에 연수 중인 임상병리학과 학생들에게 혈액암 진단을 위한 슬라이드 현미경 실습을 지도하고 있다. 건양대 제공
2014년 1월 건양대 임상병리학과 김민주 교수가(맨왼쪽) 호주 멜버른 카브리니 병원에 연수 중인 임상병리학과 학생들에게 혈액암 진단을 위한 슬라이드 현미경 실습을 지도하고 있다. 건양대 제공


ASTRO의 또 다른 장점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된 졸업생들이 후배들과 단단한 네트워크를 유지함으로써 후배들의 취업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 ‘클리바’ 회원인 서현정 씨(4학년)는 “다양한 분야에 진출한 선배들로부터 현장 얘기를 많이 들었다. 실험을 주로 하는 직업에 적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ASTRO 프로그램을 경험한 학생들은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2011년부터 19명의 졸업생이 미국임상병리사 면허증을 취득했고 지금까지 38명 이상이 실험동물기술사 자격증을 땄다.

5명의 교수 연구 역량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수들은 SCI급 저널에 2012년에 평균 1.6편, 2013년 1.2편, 2014년 1.8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특성화 사업단장인 양승주 교수는 “교수들의 전공이 임상병리학의 많은 분야를 커버한다. 작은 의대라 불러도 좋다”고 자신했다. 조현정 교수는 연구실에 간이침대를 놓아두고 있는데 “교수들이 연구와 강의 준비로 매일 밤 12시까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귀띔한다.

교육부 주관 특성화사업(CK-1)에 선정된 건양대학교 임상병리학과는 의과학자 양성이라는 교육목표 아래 교육과정 중 “실험동물학 및 실습”이라는 과목을 개설 후 실험동물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하고, 이를 활용해서 연구소 및 대학원 진학을 독려하고 있다. 
건양대 제공
교육부 주관 특성화사업(CK-1)에 선정된 건양대학교 임상병리학과는 의과학자 양성이라는 교육목표 아래 교육과정 중 “실험동물학 및 실습”이라는 과목을 개설 후 실험동물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하고, 이를 활용해서 연구소 및 대학원 진학을 독려하고 있다. 건양대 제공


이과(理科)에 바탕을 둔 교육과정이지만 학과는 문이과 교차지원을 허용한다. 매년 신입생의 3분의 1 정도가 문과 출신이다. 문과 출신 학생들의 교육에 대해 양승주 교수는 “학과 커리큘럼이 1, 2학년 때는 흥미 있는 실험 실습 위주로 돼 있어 문과 학생이라도 문제가 없다. 대학은 어떤 학생이 들어오더라도 잘 가르쳐야 발전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문과 출신으로 3학년에 편입한 최운창 씨(4학년)는 “3학년이었지만 2학년 기초 수업부터 들었다. 교수님들과 전공동아리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어려움 없이 따라갈 수 있었다. 앞으로 줄기세포 치료 분야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취재에 동행했던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백승룡 교사(대신고)는 “문과 학생들 중에서도 의과학, 생명과학 등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이런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잘돼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학과의 2014년 장학금 지급률은 96.8%였고 1인당 수혜액은 평균 298만 원. 특성화 및 명품학과 장학금으로 매년 1000만 원 이상 더해지면 장학금 지급률은 거의 10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학과는 모집정원 60명의 75%인 45명을 수시에서 선발하는데 이 중 30명을 학생부종합전형인 ‘일반전형B’로 뽑는다. ‘지역인재B’ 전형으로는 15명을 선발한다. 정시전형에도 면접이 있다. 순수한 학생부종합전형인 ’건양사람인(人)전형’으로는 3명을 뽑는데 학생부교과·학생부비교과·자기소개서 비중이 60%이고 면접이 40%다.

건양대학교 임상병리학과 3학년 학생들이 임상혈액학 과목에서 채혈 실습을 하고 있다. 임상병리학과의 전문임상병리사 양성을 위한 강의들은 충분한 실습을 통해 현장 적응능력을 키울수 있도록 짜여있다. 건양대 제공
건양대학교 임상병리학과 3학년 학생들이 임상혈액학 과목에서 채혈 실습을 하고 있다. 임상병리학과의 전문임상병리사 양성을 위한 강의들은 충분한 실습을 통해 현장 적응능력을 키울수 있도록 짜여있다. 건양대 제공


수시합격자의 등록 기준 성적은 ‘일반전형B'의 경우 3.51등급, ‘지역인재B' 4.42 등급. 2015학년도 정시모집 합격자 성적 평균은 백분위 기준 232.4점으로 국영수탐 4개 과목 중 영어와 유리한 2개 과목을 반영했다. 국어B형엔 10%, 수학B형엔 15%의 가산점을 준다.

양승주 교수는 “단백질은 처음 만들어졌을 때 효소에 의해 분해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단단해져서 저항한다. 여기는 인큐베이터 같은 곳이다. 교수들은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길러주고 기다려준다. 우리를 밟고 넘어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보다는 공부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학생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기자는 건양대 임상병리학과에서 사회에서 제대로 역할을 할 ‘단단한 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취재에는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백승룡 교사(대신고)가 함께했습니다.

대전=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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