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노인수]탈북 여성의 아이를 도울 수 있는 법을 만들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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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수 변호사 전 대통령사정비서관
노인수 변호사 전 대통령사정비서관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중국으로 넘어간 탈북 여성들 상당수는 중국 남성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는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의 처지가 그렇다. 중국 아버지의 호구(거주자 등록증)에 따라 호적에 올릴 가능성은 있다고 하나 중국의 가족계획 정책상 다른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호적에 올리기 어렵다. 중국 자체만 해도 호구가 없는 ‘헤이하이쯔(黑孩子)’가 수천만 명이라고 한다. 탈북 여성을 아내로 맞을 수밖에 없는 약자 입장인 중국 남성의 자식이 이 수천만 명에서 제외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그들은 제대로 배우지도 보호 받지도 못한다. 탈북 여성을 우리나라 국민이라고 주장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은 그 여성의 아이들을 도울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먼저 탈북 여성의 아이들을 우리가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통독 전 서독은 독일연방기본법에서 “독일인의 국적은 박탈당하지 아니한다. 국적의 상실은 법률에 근거하여서만 행해지고, 이로 인하여 당사자가 무국적이 되지 않는 때에만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상실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또 ‘전쟁후유증 처리법’을 제정해 동, 서독 내의 ‘독일국적보유자’뿐만 아니라 독일인으로서의 지위를 보유할 자격이 있는 자들까지도 독일의 국적보유자로 포섭했다. 그래서 서독인과 동일한 수준의 사회보장 혜택을 주고 독일로 재이주 시키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탈북 여성의 아이들을 포섭할 법적 근거가 없다. 호구도 없는 그 아이들을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합법적으로 데려올 방법이 없다. 우리 헌법 제2조제1항 국민조항, 제3조 영토조항과 제헌헌법 제100조, 국적에 관한 임시조례 제2조 등을 근거로 대법원이 탈북자를 ‘대한민국 국적’으로 인정하고는 있다. 그러나 관련 법령인 국적에 관한 임시조례나 재외동포재단법, 재외동포의 출입국 및 법적지위에 관한 법률에 있는 ‘조선’ ‘동포’ ‘한민족’ 개념이 불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 어느 때를 기준으로 국민을 삼는지 알기 어렵다.

우선 현행법인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이란 ‘군사분계선이북지역(북한)에 주소, 직계가족, 배우자, 직장 등을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아니한 사람’이라고 정의된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결혼한 탈북 여성의 아이는 위 법률에 적용 받지 않는다. 한국에 온 탈북 여성의 아이는 한국 국적을 받을 수는 있지만 위 법률에 의한 혜택은 받을 수 없다. 그래서 최근 한국에 들어왔다가 교육비 때문에 아이들 교육 등을 위해 다시 제3국으로 떠나는 남한입국 탈북자들이 많다고 한다.

이제라도 북한을 탈출한 탈북 여성이나 그 아이들을 대한민국이 보호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탈북자를 북한 주민으로 인정하는 중국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대한민국 국민의 범위를 명백하고 폭넓게 인정하는 법적 제도적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노인수 변호사 전 대통령사정비서관
#탈북 여성#인권#중국 가족계획 정책#헤이하이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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