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보호가 경쟁력” 기업들이 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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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재 활용’ 인사담당자 토론회

삼성전자 직원 10만 명 중 여성은 2만7000명, 이 중 40%가 기혼 여성, 약 3400명이 임신부다. 여직원이 많다 보니 ‘모성 보호’는 회사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에 삼성전자는 여러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임신부에게 색깔이 다른 사원증을 별도로 제공한다. 주차장엔 전용 구역을 마련하고 통근버스에 배려석을 운영한다. 인사제도도 바꿨다. 상사가 임신부에게 하위 고과를 부여하면 인사팀에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LG전자는 육아휴직자에게 인사평가에서 평균 등급(B)을 부여한다. 여직원들이 경력관리에 대한 부담 때문에 육아휴직을 꺼리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13개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여성 인재 활용법을 공유하는 토론회가 16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한상의와 여성가족부 주최로 열렸다. 6월 정부와 기업·단체 100곳이 구성한 ‘여성인재활용과 양성평등 실천 태스크포스’ 성과를 점검하는 취지다.

풀무원은 ‘임산부 단축 근로 자동시행제도’를 운영 중이다. 임신 12주차 이전, 36주차 이후엔 2시간씩 단축근무를 사용할 수 있다. 기존에는 상사의 승인을 받아야 했지만 제도가 도입된 후엔 인사팀에 임신 몇 주차인지 알리기만 하면 상사 승인 없이도 단축 근로제를 활용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초과 근무 제로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인사팀은 컴퓨터 로그오프 시간을 기준으로 2주마다 초과 근무 현황을 최고경영자(CEO)에게 보고한다. 초과 근무를 불필요하게 많이 한 조직은 팀장의 인센티브가 삭감된다. 박현섭 SK이노베이션 팀장은 “여성들에게 아이와 남편이 기다리고 있는 가정의 행복을 느끼게 해주려는 취지”라고 소개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연내 57개 계열사 중 20곳에서 판매 서비스 상담 연구개발 등의 직군에서 시간 선택제 일자리로 경력 단절 여성 650명 채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CJ그룹은 10개 계열사에서 경력 단절 여성을 채용하는 ‘리턴십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회사 적응을 돕는 버디 제도, 전일제 직원들과의 마찰을 해소하기 위한 ‘케어 프로그램’ 등을 병행한다.

여직원을 배려만 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로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연주 한국IBM 상무는 “여성이 임원으로 진출한 사례가 많이 소개되고 있지만 기업들은 내부 전문가를 양성하기보다는 외부에서 급히 수혈해 오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IBM은 임원 후보 교육 프로그램에서 여성을 1명 이상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국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경제가 활력을 갖기 위해선 여성의 경제활동이 매우 중요하다”며 “여성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관습이 아닌 합리성에 기반한 인사평가 시스템을 만들고, 여성에게도 인사와 평가의 권한을 온전히 부여해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김성규 기자
#여성인재 활용#인사담당자 토론회#모성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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