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조선시대 성곽에 네덜란드 향기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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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 ‘하멜村’ 조성 박차

조선시대 하멜이 머물렀던 전라병영성(위 사진). 전남 강진군과 문화재청은 2020년까지 전라병영성 원형을 복원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아래 사진은 전라병영성 인근에 조성된 하멜 동상과 풍차. 강진군 제공·동아일보DB
조선시대 하멜이 머물렀던 전라병영성(위 사진). 전남 강진군과 문화재청은 2020년까지 전라병영성 원형을 복원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아래 사진은 전라병영성 인근에 조성된 하멜 동상과 풍차. 강진군 제공·동아일보DB
조선을 서양에 처음 알린 ‘하멜 표류기’를 쓴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1630∼1692)은 조선에 억류된 13년(1653∼66년) 중 7년을 전남 강진에서 지냈다. 그는 잡역에 종사하다 일행 12명과 여수에서 배를 구한 뒤 극적으로 탈출해 모국으로 돌아갔다. 그가 머문 전라병영성 마을에는 네덜란드풍 유물이 남아 있다. 납작한 돌을 촘촘하게 쌓고 흙으로 고정한 후 다음 층은 돌을 반대 방향으로 놓고 쌓는 담장이 대표적이다. 강진군은 360년 전 하멜과 맺은 인연을 계기로 하멜촌(村) 조성사업과 함께 전라병영성 복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 360년 전 인연이 맺어준 하멜촌

12일 강진에 하멜의 고향 네덜란드에서 반가운 손님이 왔다. 파울 멩크벌트 주한 네덜란드대사와 유엔 세계관광기구 산하 스텝(STEP)재단 도영심 이사장은 전라병영성과 하멜기념관을 찾아 하멜이 이국땅에 남긴 유산을 둘러봤다. 멩크벌트 대사는 “강진군이 하멜촌을 조성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꼭 와보고 싶었다”며 “하멜촌을 만드는 데 필요한 게 있으면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하멜촌 조성사업은 2006년 시작됐다. 이듬해 12월 ‘전라병영성 하멜기념관’을 개관한 데 이어 네덜란드 풍차를 건립했다. 기념관에는 호린험 시에서 기증한 하멜 동상과 17세기 대포, 고지도, 한국 나막신의 원형이 됐던 네덜란드 신발 등 하멜 관련 유물 210점이 전시돼 있다. 강진군은 2016년까지 하멜기념관을 증축하고 하멜 일행이 당시 타고 온 상선인 스페르버르호(길이 36.6m, 높이 11m)를 복원한다. 하멜의 강진 생활상을 보여주는 4차원(4D) 영상관을 비롯해 펜션 4동을 옛 네덜란드 양식으로 지어 관광객에게 색다른 풍광을 보여 줄 계획이다.

○ 호국성지 전라병영성 복원

전라병영성은 1417년(조선 태종 17년)에 축조돼 1894년 동학 농민운동으로 폐영(閉營)될 때까지 전라도와 제주도를 관할하던 육군의 총지휘부였다. 하멜 일행은 이곳에 머물며 담 쌓기 등 잡역에 종사했다. 전라병영성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며 성내 건물과 유적이 소실되고 성곽 일부만 남았다.

강진군과 문화재청은 1991년 지표조사를 통해 병영성의 영역과 성격을 규명하는 기초자료를 확보하고 1997년 국가 사적 지정을 계기로 본격적인 복원사업에 나섰다.

현재 성곽과 남문(진남루), 동문, 서문이 복원됐고 성곽 상단의 치성과 북문을 복원하고 있다. 강진군은 2020년까지 군기청 중영 등 성곽 내부 건물과 해자를 복원하고 고대 무기와 현대 무기를 전시하는 사적공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김동남 강진군 문화예술팀장은 “전라병영성과 하멜이라는 문화콘텐츠를 활용해 조선시대 병영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역사문화 자원에 스토리를 입히는 작업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헨드릭 하멜#하멜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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