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불 임금 성격의 협력 재산… 나눠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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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고령화-황혼 이혼 반영… 퇴직금-연금 실질적 공평 분할 결정
액수-비율 결정 안돼 불씨로… 유사소송때 재산분쟁 심화될듯

“두 사람은 2심 변론 종결 시점 기준으로 산정된 배우자의 퇴직금을 ○대○의 비율로 분할해 나눠 가져야 한다.”

“남편은 이혼한 뒤 매달 받을 퇴직금이나 퇴직연금 중 ○○%를 배우자에게 매달 지급해야 한다.”

대법원이 16일 미래에 받을 퇴직금이나 퇴직연금도 재산분할 대상이라고 판결하면서 앞으로 이 같은 형태의 재산분할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 미래에 받을 퇴직금, 어떻게 나누나

남편의 외도에 상심한 아내가 이혼을 결심했다고 가정하자. 남편이 받고 있는 퇴직연금은 매달 200만 원 남짓. 아내가 대법원 판결을 원용해 이혼 소송을 내면 재산분할에서 남편의 퇴직연금 중 30%(60만 원)를 매달 받을 수 있다.

이혼 소송 중인 부부가 퇴직하지 않고 현재 직장에 근무하고 있다면 2심 종결 시점을 기준으로 형성된 예상 퇴직일시금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나누게 된다. 지난달 공개변론이 열린 사건 기준으로는 교사 아내와 연구원 남편의 퇴직금은 각각 1억1000만 원과 4000만 원이었다. 법원이 40%와 60%로 재산분할 비율을 산정할 경우 아내는 6000만 원, 남편은 9000만 원을 갖는다. 재산분할비율은 결혼 기간이나 재산 형성에 부부가 기여한 정도에 따라 결정돼 개별 사건마다 그 비율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 “실질적 남녀 공평 구현” vs “재혼 기피 우려”

이번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은 재산분할 문제에 실질적 공평성을 추구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평균 이혼 연령은 남성 46.2세, 여성 42.2세로 2003년(남 41.3세, 여 37.9세)에 비해 올랐다. 결혼 생활을 20년 이상 지속한 부부가 이혼을 하는 비율도 28.1%로 2003년(17.8%)보다 크게 늘었다. 맞벌이 등으로 퇴직금 등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도 과거에 비해 많아졌다.

‘퇴직연금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은 박보영 현 대법관이 변호사로 개업해 가사사건을 변호하던 때인 2011년 9월 1심 법원인 서울가정법원을 시작으로 현실화됐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으면 재산분할 대상이 되지만 연금 형태로 받을 때에는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똑같은 성격의 재산임에도 수령자의 선택에 따라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거나 되지 않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이 불러올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2심 변론 종결을 기준으로 예상 퇴직일시금을 산정해 재산분할을 한다 해도, 받지도 않은 퇴직금을 떼어주기 위해 빚을 내는 극단적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래의 퇴직금을 불명확하게 만들어 이혼한 부부 개개인의 노후 대책을 어렵게 만들고 재혼을 꺼리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퇴직금 분할은 입법적으로 해결할 일이지 개별적인 사건에서 일일이 산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임채웅 변호사는 “재판으로 이혼한 배우자가 수년 뒤 연금을 나눌 수 있게 되면서 미래에 받을 퇴직금의 불명확성이 가중돼 재혼을 꺼리는 이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퇴직금 분할에 따른 실질적인 수급액의 차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미 가정법원 판사들은 기존의 대법원 판결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재산분할에 공평을 기하기 위해 퇴직연금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되 분할 대상 재산으로 인정된 부분에서 분할 액수와 비율 등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판결을 해왔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퇴직금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됐지만 구체적인 재산 형성 기여도에 대한 판단과 재산분할 액수, 범위에 대해서는 법관 개개인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황혼 부부가 이혼했을 때 재산 분쟁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재혼#이혼#고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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