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동거녀, 8세 아들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건희 사건’ 형량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7일 22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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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 이름 부르지 말란 말이야… 차라리 너 감형 받고 내 아들 살려내…"

17일 오후 3시 서울고법 형사 404호 법정. 방청석에 앉은 한 어머니가 피고인석을 향해 울부짖었다. 녹색 수의를 입고 최후진술을 하던 30대 초반의 여성 피고인의 입에서 숨진 아들의 이름이 나온 직후였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상준)는 이날 친아버지 나모 씨(36)와 조선족 동거녀 권모 씨(34)가 8세 아들을 무참히 폭행해 숨지게 한 일명 '건희 사건'의 항소심 결심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검찰 측에 요구해 아이에게 장기매매를 시키겠다고 협박한 정황이 드러난 카카오톡 메시지를 대형 스크린을 통해 보여줬다. 이 메시지에는 "이 새끼(건희)가 생쑈 부리는 거 안한다고 장기매매 부르지 말래"(동거녀) "(내가) 장기매매 아저씨로 연기하려고 전화했어요"(친부) 등 믿기 힘든 대화들이 드러났다.

김 부장판사는 권 씨에게 "조그만 아이에게 도대체 무슨 악감정이 있어 그렇게 할 수 있냐"면서 "아이가 죽은 뒤엔 (죄책감에) 자살을 기도했다는데 그 심리는 어떤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권 씨는 고개를 숙인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권 씨는 최후진술에서 "아이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날마다 죽음을 생각했다"면서도 "공소사실처럼 악독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이어 김 부장판사는 방청석에 있던 생모 이모 씨에게도 발언권을 줬다. 재판 내내 허리를 숙이고 울던 이 씨는 "(검찰이) 아동학대 치사로 판단했지만 어미로선 당연히 사형이다. 제발 감형만은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는 학대치사죄를 적용해 권 씨에게 징역 8년, 나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고, 피고인만 형량이 너무 높다며 항소했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만 항소했을 때에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1심보다 높은 형을 선고할 수 없다.

피해 아동 측 법률지원을 맡은 한국여성변호사회 고은희 변호사는 "1심 당시 검찰은 친부와 동거녀에게 징역 7년과 10년을 구형했다. 당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지금처럼 관심이 크지 않아 검찰이 항소할 필요를 못 느낀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나 씨와 권 씨는 지난해 8월 건희 군을 골프채와 안마기로 무차별하게 폭행당해 온몸에 멍이 든 채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권 씨는 아이가 거짓말한다는 이유로 나흘간 잠을 재우지 않기도 했고, 권 씨가 안마기로 수십 차례 폭행하자 나 씨는 합세해 골프채로 온몸을 구타했다. 항소심 선고공판은 다음달 13일 열린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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