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질 몸 vs 매끈한 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연극 ‘에쿠우스’ 주연 지현준-전박찬 정반대 스타일 화제

‘에쿠우스’에서 앨런 역을 맡은 지현준(왼쪽)과 전박찬. 잔 근육이 가득한 지현준은 여윈 말 같은 몸을, 근육 없이 밋밋한 전박찬은 소년의 몸을 표현했다. 코르코르디움 제공
‘에쿠우스’에서 앨런 역을 맡은 지현준(왼쪽)과 전박찬. 잔 근육이 가득한 지현준은 여윈 말 같은 몸을, 근육 없이 밋밋한 전박찬은 소년의 몸을 표현했다. 코르코르디움 제공
마구간에서 17세 소년 앨런이 벌이는 전라의 정사신. 연극 ‘에쿠우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다. 8마리의 말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상반신 대부분을 드러내고, 앨런 역시 몸을 다 보여주기에 이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에게 몸은 매우 중요하다.

‘에쿠우스’에서 나란히 주인공 앨런 역을 맡은 배우 지현준(36)과 전박찬(32)은 서로 다른 몸을 보여주고 있다. 지현준이 잔 근육까지 발달한 근육덩어리 몸이라면, 전박찬은 소년의 몸과 비슷한 매끈한 몸이다.

앨런 역이 확정된 지난해 말 두 배우는 어떤 몸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이한승 연출은 두 배우에게 단지 “살을 빼라”고만 주문한 터였다.

지현준은 3년간 무용수로 활동한 경험이 있어 잔 근육이 이미 잡혀 있는 상태였다. 그는 피트니스 트레이너에게 소년의 몸을 만들 수 있는지 물었지만 “불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고민을 거듭하다 병약하고 마른 말의 사진을 보게 됐어요. ‘이거다’ 싶었죠. 말을 정말 사랑해서 몸까지 닮은 앨런이 되자고 마음먹었어요.”

키 179cm에 75kg이었던 지현준은 하루 세 끼 닭가슴살, 고구마, 토마토만 먹고 줄넘기 2000개, 복근운동, 다리운동 등을 매일 2시간 동안 하며 3개월 만에 6kg을 뺐다. 지방이 빠지고 근육의 부피가 줄어들면서 잔 근육이 더 선명해졌다. 그가 조명 아래 서면 팔, 등, 배, 허벅지의 잔 근육이 또렷하게 보인다. “공연을 본 친구가 잔 근육이 앨런의 상처처럼 보인다고 말했어요. 채찍을 맞은 것처럼요. 고민한 흔적이 무대를 통해 나타나는구나 싶어 가슴이 뜨거워졌어요.”

반면 전박찬은 근육을 만들지 않고 살을 빼 소년처럼 다소 밋밋한 몸을 만들었다. 키 168cm에 65kg의 그도 5kg을 줄였다. 스스로 ‘탄수화물 중독’이라고 말하는 그는 빵, 파스타, 케이크를 덜 먹으면서 매일 2시간 동안 복근운동과 달리기를 했다.

“소년인데 몸이 근육질이면 어색할 것 같더라고요. 지현준 씨 몸이 앨런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다면 제 몸은 소년 같아서 좋았다고 말씀하신 관객도 있었어요. 근육질 몸매가 아니었던 게 이렇게 도움이 될지 몰랐어요. 하하.”

전박찬은 전라 연기를 본 관객들이 당황하지 않을까 두려웠다고 한다. 그는 “가장 원시적인 것을 드러내자고 마음먹으니 뭘 입고 뭘 벗었는지 잊게 되면서 자유로워지는 순간이 왔다”며 “관객들이 ‘전혀 야하지 않고 그 상황이 이해가 됐다’고 말해줘 정말 감사하다”라고 했다. 5월 17일까지. 서울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 4만 원. 02-889-3561, 2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에쿠우스#지현준#전박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