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간발의 실수로 꼬리잡힌 자전거 보험사기극

후진車 충돌직전 자전거 서자 발로 밀어 사고 낸 30대 덜미

박모 씨(33)는 2011년 6월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 골목에서 후진해 나오는 차량 범퍼에 살짝 부딪혀 넘어졌다. 가벼운 상처였음에도 보험금으로 16만 원을 받았다. 도배 일을 하며 빠듯한 생활을 하던 박 씨에게는 뜻밖의 ‘수입’이었다.

이틀 뒤 같은 동네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박 씨는 앞쪽에서 후진해 나오는 차량을 발견했다. 차는 천천히 후진 중이어서 자전거가 피해 갈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박 씨는 일부러 자동차에 접근해 속도를 낮추고는 차량 뒷부분과 스친 뒤 쓰러졌다. 이번에는 보험금으로 106만 원이 나왔다.

그러나 박 씨의 사기극은 올해 7월 22일 꼬리가 잡혔다. 그는 천호동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 주차장에서 후진해 나오던 임모 씨(33)의 미니쿠퍼 차량을 발견하고 일부러 충돌하려 했다. 하지만 자전거 브레이크를 세게 잡는 바람에 후진하던 차량의 한두 발 정도 앞에서 멈춰 버렸다. 당황한 박 씨는 곧바로 자전거를 발로 밀어 차량과 살짝 부딪친 뒤 넘어졌다. 그러나 이를 이상하게 여긴 승용차 운전자 임 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주변에 세워져 있던 차량의 블랙박스를 조사한 결과 박 씨가 일부러 자전거로 부딪치려 했음을 확인했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이 같은 수법으로 4차례에 걸쳐 보험금 324만 원을 챙긴 혐의(사기)로 박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박 씨는 “재미 삼아 용돈이라도 벌려고 그랬다”며 고개를 숙였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