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선희]반칙운전에 무관심한 어른들… 네게 할 말이 없구나

  • Array
  • 입력 2013년 3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장선희 사회부 기자
장선희 사회부 기자
26일 충북 청주시에서 세 살 난 어린이가 자신이 타고 온 어린이집 통학버스에 치여 숨졌습니다. 경남 창원시에서 태권도 학원 차량에 옷이 끼여 끌려가다 7세 어린이가 숨진 지 꼭 한 달 만입니다. 그때 동아일보 기사의 한 대목입니다.

‘…이대로 방치하면 학원차에 치이고, 옷이 끼여 죽는 아이들의 비보를 또 들어야 할 게 뻔하다.’

한 달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고, 불길한 예감은 또 현실이 됐습니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전국에서 2707건의 어린이 통학버스 사고가 발생했고 어린이 17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경찰과 시교육청 등은 ‘안전교육을 제대로 하고 위법행위 집중단속을 벌이겠다’는 내용의 대책만 되풀이해 발표할 뿐입니다. 언론에서도 단순한 교통사고 정도로 보도하거나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창원 사고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사회의 관심과 각성을 촉구한 동아일보도 그 후 실제 현장에서 각종 대책이 어떻게 실행되는지 확인하는 데는 소홀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억울하게 어린 자식을 잃는 부모가 또 나오고 말았습니다.

올해 1월 경남 통영시에서 아이를 잃은 김모 씨는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 애는 ‘커서 나라에 보탬이 되는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하던 애였는데… 언제까지 애들이 죽어나가야 바뀝니까. 제발, 제발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해주이소.” 한참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던 아버지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아버지의 절규 섞인 부탁에도 기자는 선뜻 ‘알겠다’고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사고가 터지면 기사는 그때만 반짝 쏟아질 테고, 관계기관은 등 떠밀려 1년 전과 다를 바 없는 엉성한 대책을 내놓을 거라는 점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올 2월 이후 단속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내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고 했습니다. 26일 ‘예견된’ 그 사고 소식을 듣는 순간, 통학차량에 치여 숨진 꼬마들의 모습이 스쳤습니다. 2003년 3월 유치원 차에서 내리다 차바퀴로 딸려 들어가 숨진 4세 박모 양, 2004년 통학버스에서 내리다 치여 숨진 6세 한모 양….

아이들의 꿈을 앗아간 건 노란색 학원 버스일까요, 아니면 매년 비슷한 사고가 반복돼도 눈 하나 꿈쩍 않는 우리 어른들일까요.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 죽어나가는 어린이 사고 기사가 이번이 마지막이길, 기자 역시 뼈저린 반성을 하며 기원해봅니다.

장선희 사회부 기자 sun10@donga.com
#통학버스#청주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