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임태희]소통은 정부와 국민 상식이 일치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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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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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2010년 7월 대통령실장에 임명됐을 때 가장 많이 들은 조언이 “대통령의 눈과 귀가 돼라. 있는 그대로 민심을 전하고 직언을 해라”였다. 임기 3년차였던 당시 이미 ‘소통이 안 되는 정권’으로 이미지가 굳어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대선후보와 당선인 시절, 그리고 대통령 취임 후에도 자주 현안을 놓고 토론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내 경험상 이명박 대통령은 소통이 부족한 편은 아니었다. 지위나 직책을 떠나 일을 맡은 사람은 누구든 회의에 참석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었고 합리적인 의견은 언제든 반영됐다. 그래서 이 대통령과 함께 일을 했던 사람들은 ‘대통령이 소통이 잘 안된다’는 평가를 다소 의아스럽게 생각한다.

요구 반영 안되면 ‘불통’ 소리 들어

어디에서 잘못된 것일까. 참모진 탓인가, 시스템 문제일까. 아니면 대통령의 이미지 탓일까, 정치적 낙인찍기의 결과인가. 일단 청와대 안부터 ‘더 원활한 소통’을 모색했다. 매일 아침 대통령실장, 정책실장, 각 수석 등이 대통령과 티타임을 갖고 청와대 안부터 더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도록 했다. 또 시민단체 및 종교계 등과의 소통을 위한 사회통합수석실 신설,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정부대변인으로 임명해 폐지된 국정홍보처 기능 수행, 정책홍보 강화를 위해 각 부처에 온라인 대변인을 두는 등 시스템도 보완했다. 한때 이런 변화들로 다소나마 그동안의 실점을 만회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2011년 들어 동남권 신공항, 검경수사권 조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갈등이 커지면서 결론에 반대하는 측을 중심으로 또다시 소통 문제가 제기됐다. 지역방문 간담회, 대통령의 직접 전화와 청와대 초청, 국회 방문 설득 등 나름대로는 노력을 했는데도 큰 효과는 없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나는 ‘소통에 대한 평가는 과정보다 결론에 좌우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요구가 반영되지 않으면 많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소통이 안 된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솔로몬의 해법을 내지 않는 한 결과에 만족하지 않는 집단은 항상 존재하고 이들은 ‘우리 의견을 듣지 않는 정부’ ‘밀어붙이는 정부’로 인식하기 쉽다.

또 하나의 생각은 ‘소통’을 우리 정책을 많이 알리는 것으로만 생각한 면도 없지 않았던 것 같다. 여기에는 ‘국민이 잘 모르기 때문에 알면 이해할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물론 사안에 따라서는 정확한 이해의 부족에서 오는 반대도 있다. 하지만 유권자가 후보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투표하지 않아도 투표 결과의 의미가 존재하듯이 개별 현안에 대한 이해도만 따져서 이를 ‘잘 몰라서’라고 생각하는 것도 소통에는 걸림돌이 된 면도 있는 듯하다. 여기에 한겨울의 물대포나 일명 ‘명박산성’ 같은 과잉 대처가 덧붙여져 ‘불통’이라는 이미지가 생긴 듯하다.

시대와 국민의 마음 먼저 읽어야

이 대통령은 ‘일로 승부를 보자’ ‘단기적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역사의 평가를 받자’는 기조를 세웠다. 그러다 보니 국정홍보도 ‘정부가 잘하면 국민이 자연히 알게 되는 것이지 아까운 국민세금을 쓸 일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있었다. 국정홍보처 폐지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다. 아마도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사업의 경험이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게 얽힌 국정 현안은 사정이 달랐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한 촛불시위, 4대강 사업 반대 등이 대표적 예다.

소통은 ‘듣고 알리는 것’을 넘어 ‘정부가 하는 일이 국민의 상식에 맞으면’ 스스로 알아서 이해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상식에 맞지 않은 일을 아무리 홍보하고 의견을 듣는다고 소통이 된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물론 당대의 상식만을 좇아서도 안 된다. 지도자의 상식은 동시대를 넘어 후세까지도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은 참으로 어려운 자리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소통#박근혜 당선인#국민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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