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완정]무상보육 이전에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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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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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정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
이완정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
“아이! 낳기만 하십시오. 국가가 대신 키워 드리겠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유아교육기관 수가 대폭 늘어났고 무상보육도 전격 실시될 예정이다. ‘낳기만 해 달라, 국가가 키우겠다’ 식의 말을 들으면 언뜻 ‘그 어렵고 힘든 일을 나를 대신해 해 준다니 참 고맙다’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일은 그 기쁨과 보람만큼이나 어렵고 힘든 일이다. 많은 여성은 산전 산후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객관적으로 보면 양육이 다른 노동에 비해 노동강도가 특별히 센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부모가 아기 양육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신체 노동과 더불어 무한한 책임감이 심리적으로 더해지기 때문이다. 아이를 온전하고 바르게 잘 키워내야 한다는 책임의식은 부모로 하여금 한시도 아이를 눈앞에서 떼어 놓기 어렵게 한다.

영유아, 한부처에서 관리해야

국가가 아이를 대신 키워 주는 일은 부모에게 금전 비용을 지원해 주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이뤄지기가 어렵다. 우선 국가가 일정액을 부모에게 지원해 준다 해도 결과적으로 부모는 유아교육기관에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는 민간의 시장가격과 정부가 지원하는 가격 간의 격차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추가 비용을 지불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만족할 만한 기관을 찾지 못하는 부모가 많다는 것이다. 양질의 보육 및 교육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국공립기관의 확충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편 새 정부는 무상보육을 실시하면서 그간 유치원(교육과학기술부)과 어린이집(보건복지부)으로 나뉘어 있던 보육 및 교육서비스 전달체계를 재조정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기존 업무를 조정하면서 만 0∼2세의 영아보육서비스는 보건복지부가, 만 3∼5세의 유아보육서비스는 교육부가 담당하는 식으로 관할 부서가 분리되는 것을 염려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게 되면 영유아를 둔 가족의 처지에서는 자녀의 연령에 따라 기관을 옮겨야 하며 유아는 다시 새로운 기관에 적응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자녀가 두 명 이상인 가족은 자녀를 각각 다른 기관에 보내야 하는 불편도 상당할 것이다. 영유아기는 발달 속도가 빠르고 양육자의 민감성과 온정적인 양육 태도가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발달하는 데 필수적이다. 부모와 떨어져 기관을 다니는 것은 아이에게 큰 스트레스가 되기 쉽다. 그러므로 안정적으로 기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영유아기 관리 부서는 동일 부처인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는 시점에서 국가가 대신 아이를 키워 주기 위해 정부와 사회, 부모가 어떻게 역할을 분담해야 할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새 정부는 무상보육 실시와 함께 우수 어린이집을 계속 확충하는 정책 의지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정부-사회-부모 역할 분담을

국민의 요구가 어디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살펴볼 부분이 근래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직장어린이집이다. 정부가 국공립시설 확충에 주춤하는 사이 직장 사업주들이 직원 복지서비스의 일환으로 직장어린이집을 설립해 운영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직장어린이집은 사업주가 운영비를 추가 지원하기 때문에 양질의 보육서비스가 제공되고 이에 대한 부모의 만족도도 높다. 부모의 직장으로 자녀를 보내는 가정이 늘면서 가족문화도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하지만 직장어린이집은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극히 국한돼 있다.

모든 부모가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우수 기관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정부의 다양하고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무상보육의 실현이며 나라가 아이를 제대로 키워 주는 길이다.

이완정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
#무상보육#복지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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