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신범철]北미사일, 새로운 전쟁이 시작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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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
신범철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대북제재를 위한 논의가 유엔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더딘 과정은 보는 이의 마음만 더 답답하게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군사적 역량을 갖추는 일이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억제할 수 있는 공격 능력과 방어 능력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北 이동 미사일 발사능력 크게 향상

북한은 1970년대부터 미사일 개발에 착수해 1980년대 중반엔 사거리 300km의 스커드 B형 미사일과 500km의 스커드 C형 미사일의 작전배치를 실현했다. 한반도 전역에 대한 미사일 공격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1990년대에는 사거리 1만3000km인 노동미사일을, 2007년에는 사거리 3000km 이상인 무수단 미사일을 작전배치하여 일본과 미국령 괌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북한 미사일 위협이 갖는 심각성은 사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4월 15일 군사퍼레이드에서 과시한 바와 같이 북한은 이동발사대(TEL)를 활용한 미사일 발사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고정발사대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우리의 감시가 상대적으로 용이했지만 이동발사대는 감시나 추적이 매우 어렵다. 야간을 틈타 미사일을 이동시키고 기습적으로 발사할 경우 이를 포착하기가 아주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한국과 미국은 어떻게 감시할까. 북한 미사일 감시는 인공위성과 정찰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첩보위성은 지상 600km 내지 700km 높이에서 미사일기지나 이동발사대를 추적하고, 조기경보위성은 지상 3만6000km의 높이에서 미사일 발사 당시 로켓에서 분출되는 불꽃을 적외선으로 감지한다. 현재 인공위성을 통한 미사일 발사 감시는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반면 정찰기를 통한 감시는 우리 군의 독자적 능력도 존재한다. 정찰기 ‘백두’와 ‘금강’은 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신호와 영상을 수집할 수 있다. 다만 미사일 발사 징후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금강의 경우 군사분계선 북쪽 100km 이내의 움직임만 포착할 수 있어 아쉬움이 크다.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리의 대응 능력은 공격 능력과 방어 능력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공격 능력은 미사일 발사 징후를 발견하고 발사 이전에 먼저 타격하는 능력이다. 이를 위해 우리 군은 징후 탐지, 미사일 식별, 지휘부의 결심, 미사일 타격 시스템을 의미하는 ‘킬체인(Kill Chain)’을 2015년까지 완비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한 방어 능력은 미사일방어(MD) 체제를 통해 구비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군은 조기경보레이더, PAC-2 미사일 성능 개량, 탄도탄작전통제소(AMD-Cell) 등을 포괄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정부의 철저한 준비와 국민관심 필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북한 전역을 실시간 감시할 수 있는 감시·정찰 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글로벌호크’와 같은 최첨단 무인항공기를 구입하거나 개발해야 한다. 한국형 미사일방어 체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미국의 조기경보 체계와 연동하여 고급 정보를 동시에 받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재정 여건에 부합하는 우선순위 조정도 중요한 문제다. 첨단무기 체계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기에 제대로 된 계획과 우선순위는 단순한 군사적 의미를 넘어 전략적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북한 군사위협의 중심이 재래식 위협에서 대량살상무기 비대칭 위협으로 이동하고 있다. 변화를 읽지 못하면 대비에 충실할 수 없다. 정부의 철저한 준비와 국민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신범철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
#북한 미사일#첨단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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