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300년을 8代가 지킨 집… 당신에게 집은 무엇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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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집/권산 지음/332쪽·2만5000원·반비
◇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 여행/이상현 지음/448쪽·1만8000원·시공사

‘집은 시작되고 지어지고 마무리되고 쓰여지고 사랑받고 지속되고 사라지며 마침내 추억을 남긴다’(건축가 김기석의 글 중). 고택 송석헌은 권헌조 옹(오른쪽 사진)에게 지속되는 삶의 현장이면서 동시에 추억이었다. 반비 제공
‘집은 시작되고 지어지고 마무리되고 쓰여지고 사랑받고 지속되고 사라지며 마침내 추억을 남긴다’(건축가 김기석의 글 중). 고택 송석헌은 권헌조 옹(오른쪽 사진)에게 지속되는 삶의 현장이면서 동시에 추억이었다. 반비 제공
한옥, 그중에서도 고택(古宅)엔 오랫동안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있다. 그렇기에 고택은 단순한 건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고택과 그 집에 살던 이의 이야기를 담은 책 ‘아버지의 집’과 ‘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 여행’이 나란히 출간됐다. 두 책 모두 사진을 중심으로 ‘집은 사람을 품고 사람은 집을 보살핀다’는 이야기를 친근하게, 아름답게 풀어낸다.

‘아버지의 집’은 경북 봉화의 300년 된 고택이자 중요 민속자료인 송석헌(松石軒)과 안동 권씨의 종손이면서 8대째 그곳에 살고 있는 권헌조 옹(1930∼2010)의 삶을 담았다. 사진작가인 저자는 2010년 송석헌을 방문해 권 옹의 일상을 사진으로 남겼다.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자식들마저 타지로 가면서 권 옹은 홀로 송석헌에 남았다. 그럼에도 그는 아침저녁으로 의관을 정제하고 집 뒤 언덕에 있는 부모님 산소를 성묘했다. 글을 읽고 예와 도리에 대해 공부하며, 무엇보다 ‘아버지의 아버지, 또 아버지로부터’ 내려온 이 집을 건사하는 것, 이는 권 옹이 선비로서 살아온 80여 년 삶의 전부였다. “집 안 곳곳에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다. 그 먼지 너머로 먼저 간 아내의 희미한 웃음이 남아 있고 그 먼지 사이로 아버지의 표정이 남아 있다. … 사람이 살아서 집이다. 그는 그렇게 믿고 있다.”

책은 성묘를 하고 살림을 둘러보며 붓으로 글을 쓰고 잠자리에 드는 권 옹의 일상을 세세히, 하지만 무심하게 펼쳐 보인다. 그해 12월 권 옹이 세상을 떠나고 송석헌 뒤편 언덕에 묻히는 과정과 아버지의 뒤를 이어 송석헌에 머물던 아들 권동재 선생의 아버지와 똑 닮은 일상, 대규모 공사를 마치고 새롭게 단장한 송석헌의 모습까지 사진에 담았다. 역시 세세하지만 무심하게. 마치 책 자체가 권 옹의 삶을 보는 듯하다.

지붕에 기와 대신 이엉을 얹은 충북 보은 최태하 가옥의 안채. 시공사 제공
지붕에 기와 대신 이엉을 얹은 충북 보은 최태하 가옥의 안채. 시공사 제공
‘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 여행’은 전국의 고택 24곳을 소개한다. 한옥연구가인 저자는 “한옥이 비슷하다는 말은 세상의 모든 여성이 비슷하다는 말과 같다”며 “자세히 살펴보면 어떤 한옥은 새침한 처녀 같고, 어떤 한옥은 무뚝뚝한 40대 아저씨 같다”고 묘사한다. 그 차이는 어디에 기인할까. 바로 그곳에 사는 사람이다.

19세기에 지어진 충남 보은의 최태하 가옥에 들어서면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당대에 지어진 여느 사대부의 집보다 안채의 공간 집중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 그리고 사대부의 집임에도 안채에 기와 대신 이엉을 올렸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화순 최씨 종가로 지어진 이 집의 며느리 김선묵은 남편과 자식을 먼저 보내고 홀로 되자 대를 잇기 위해 최태하를 양자로 들였다. 즉 집의 중심 인물이 여인이었던 것. 또 마을이 학을 품은 형상을 하고 있기에, ‘알을 품은 학’(즉, 여성이 사는 안채)에 무거운 짐을 지울 수 없어 지붕을 가볍게 하려고 기와 대신 이엉을 올렸다고 한다.

책에 나오는 고택들은 언뜻 보면 닮았지만 확연히 다른 고택의 다양한 진면목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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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아버지의 집#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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