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해요 나눔예술]딸에게 과외 받고 ‘반짝∼반짝∼♬’ 웃음 찾은 아내모습에 아빠도 흐뭇

  • Array
  • 입력 2012년 11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12월 공연 준비하는 유아반 다문화 엄마들

행복자람교실 유아반 엄마들이 아이들과 함께 19일 서울 서대문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교육실에서 바이올린 연주 자세를 잡고 있다. 
왼쪽부터 사카모토 히로미, 팜튀티영, 서의숙 음악감독, 천펑샤, 이그레이스, 연이 바그타수스 씨.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행복자람교실 유아반 엄마들이 아이들과 함께 19일 서울 서대문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교육실에서 바이올린 연주 자세를 잡고 있다. 왼쪽부터 사카모토 히로미, 팜튀티영, 서의숙 음악감독, 천펑샤, 이그레이스, 연이 바그타수스 씨.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무대에선 더 떨릴 것 같아요.”(천펑샤·36)

“연습 많이 못해 고민돼요.”(팜튀티영·36)

“아이들도 좋아하니까 더 기대돼요.”(사카모토 히로미·35)

아이들과 함께 바이올린을 배우며 12월 공연을 준비하는 행복자람교실(www.nanumart.com) 유아반 엄마들은 기대에 차 있다. 봄부터 겨울까지 다문화가정 다섯 엄마와 여섯 아이들은 바이올린을 켜며 하나가 돼 행복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2층 교육실. 바이올린을 잡은 가영이(5·여)의 중국 출신 엄마 천펑샤 씨의 모습이 진지하다. 음식점에서 일하며 짬을 내 배우는 터라 그에겐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다.

“일 때문에 늦게 (집에) 오니까 아침 일찍 연습해요. 어렸을 때 정말 배우고 싶었거든요. 딸도 너무 좋아하고.”

천 씨는 매주 월, 수요일 바이올린 교실이 있는 날이면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휴대전화로 교습 장면을 담아 틈틈이 딸을 가르치고 연습하는 노력파다. 자신을 대신해 외손녀를 돌보는 엄마 쉬슈란 씨(72)는 든든한 응원군. 최근 딸과 외손녀를 위해 체류비자를 연장했다는 그는 “딸과 외손녀가 바이올린을 켜는 모습이 좋다”며 “(무대에서도) 잘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반짝 반짝 작은 별∼.’ 쉬는 시간 혜연이(6·여)의 베트남 출신 엄마 팜튀티영 씨의 연주가 주위 엄마들을 놀라게 했다. “그거 언제 배웠어요?” “큰딸 혜영이가 가르쳐줬어요.”

며칠 전만 해도 연습을 못해 걱정이라던 그는 행복자람교실 바이올린반의 모범생 큰딸 혜영이(10)를 조르다시피 해 특별과외를 받고 있단다. 다문화가정 엄마들의 한국생활 적응을 돕느라 바쁜 그는 수업 진도를 따라가고 공연 걱정도 덜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엄마와 아이가 즐겁게 함께 배우는 유아반(5∼7세)은 여느 음악교실에선 찾아볼 수 없는 행복자람교실만의 자랑거리다. 이처럼 독특한 바이올린 교실이 무르익을수록 한국인 남편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아내가 여섯 살 큰딸 예지와 바이올린을 배우면서 예전 필리핀에서의 밝은 본모습을 찾게 돼 너무 좋습니다. 한국말도 많이 늘었고 매사에 적극적인 모습으로 바뀌었어요.”

이그레이스 씨(필리핀)의 한국인 남편 이병훈 씨(36)의 말이다. 그는 무엇보다 한국생활에 주눅이 들었던 아내의 변화가 반갑다. 집에서 딸과 바이올린을 연습하는 모습을 볼 때면 벌써부터 무대에 설 모녀를 상상하는 즐거움에 빠지기도 한다.

기타 연주가 취미인 4남매의 아빠 김규현 씨(37)는 퇴근 후 가족과 합주하는 시간이 즐겁다. 유아반에서 바이올린을 배우는 일본인 아내 사카모토 히로미 씨와 두 아들 시온(7), 노아(5) 그리고 첼로반의 큰딸 유나(10)까지. 가족의 실력이 쑥쑥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과 연습을 많이 하는 아내가 음악선생님을 도와 유아반 엄마들의 조교 역할을 맡는다고 귀띔했다. 두 아들 역시 또래 친구가 생긴 음악교실에 흥미를 갖고 형제간 우애도 돈독해졌다. 특히 엄마 품에 안겨 언니 오빠들 수업을 봐온 막내딸 리나(2)가 옹알대며 바이올린 켜는 흉내를 내는 모습은 신기하기 그지없다.

필리핀 출신 연이 바그타수스 씨의 아들 동연이(7)는 이제 유아반에 웃음을 주는 감초다. 수업시간에 엄마를 곤혹스럽게 할 정도로 제멋대로이던 아이는 어느새 또래에게 과자를 나눠주고 바이올린과도 친구가 됐다. 이따금 옆자리 혜연이에게 뜬금없이 “네 엄마는 베트남에서 왔지”라고 말을 건넨다. 친구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 엄마들은 이런 모습에 웃음을 터뜨린다. 봄부터 겨울까지 11명의 엄마들과 아이들이 즐겁게 배워 온 행복자람교실. 이들이 무대에 오르는 순간 행복한 그림은 완성된다.

박길명 나눔예술특별기고가 myung@donga.com
#다문화가족지원센터#행복자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