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강철대오’ 김인권 “촬영하다 실제 최루탄 터져…80년대 학생들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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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6일 1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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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철대오’에서 운동권 여대생을 사랑해 얼떨결에 미국 문화원 점거 농성에 참가하게 된 자장면 배달부 강대오 역을 맡은 배우 김인권.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영화 ‘강철대오’에서 운동권 여대생을 사랑해 얼떨결에 미국 문화원 점거 농성에 참가하게 된 자장면 배달부 강대오 역을 맡은 배우 김인권.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김인권(34), 그는 ‘반전남’이다.

사진을 찍을 땐, “방가, 방가!” 하며 미소를 짓고 신나게 점프를 하더니 인터뷰가 시작되자 조용하고 차분했다.

“의외의 모습이다”는 반응에 김인권은 수긍하더니 “원래 좀 조용한 성격이다. 오히려 이런 성격 때문에 작품에서 활발해질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이하 ‘강철대오’)은 1985년 감히 다가갈 수도 없는 여대생 예린(유다인)에게 반한 중국집 배달부 강대오(김인권)가 열혈 운동권인 예린에게 사랑고백을 하려다 얼떨결에 미국 문화원 점거 농성에 참여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소룡을 꿈꿨던 중국집 배달부 강대오 역을 맡은 김인권을 삼청동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김인권은 “집에서 애들이 먹는 과자를 가지고 왔다”며 비닐껍질을 까더니 “하나 드세요”라고 과자를 건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 “주인공 맡아 기대 반, 걱정 반”

이번 영화는 ‘방가? 방가!’의 육상효 감독과 주연배우 김인권이 다시 뭉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저예산영화였던 ‘방가? 방가!’가 100만에 가까운 관객 기록수를 돌파하면서 이번 ‘강철대오’는 김인권에게 기대 반, 걱정 반인 영화다.

“‘방가? 방가!’는 30만 관객만 넘어도 수익이 나는 영화였지만 지금 영화는 150만 정도예요. 확실히 더 많은 관심을 받아야 하는데, 제가 티켓파워가 있는 배우가 아니라서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하고 걱정이 되네요.”

1980년대가 배경인 영화이기에 접근하기 어렵진 않았을까. “당시 7살이였다”라고 말한 김인권은 “배달부 역할이라 그 때의 대학생 모습, 이념 그리고 민주화운동에 깊이 알 필요가 없었지만 시대 생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나리오가 늘 우선이죠. 이번 영화에서 상황극 코미디로 갈 것인지 아니면 캐릭터 코미디로 갈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주인공이 김인권이라면 리얼리티를 조금 벗어나더라도 캐릭터에 중점을 두는 게 더 좋을 것 같았고 관객들도 그런 모습을 더 좋아할 것 같았어요.”

이 영화를 보지 않고 훑기만 한다면, ‘미남 독재 타도’라는 홍보 글귀에 ‘외모 콤플렉스’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당시 계급 때문에 좋아하는 여성에게 다가서지 못한 한 배달부의 이야기다.

“지금은 배달부와 여대생이 사귀는 것이 이상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그땐 그게 불가능했다고 하더라고요. 1980년대에는 보이지 않는 계급의 차이가 지금보다 심했던 거죠. 그런데 영화에선 그 계급의 차이를 이해하기 쉽게 ‘외모’로 표현했어요. 일부러 대학생들은 ‘꽃미남’으로 한거죠. 그래야 눈에 더 잘 들어올 것 같아서요.”

영화의 장르는 코미디이지만 ‘재미’에만 초점을 맞춰 볼 수는 없다. 전하고 싶은 메시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김인권에게 직접 물었다.

“80년대에는 낭만이 있었죠. 대학생들이 의식을 가지고 참여적인 행동을 했는데…감독님은 아마도 요즘 젊은이들에게 ‘치열함’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영화에서 배달부가 여대생과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도전을 했듯, 그 시대 학생들은 개혁을 위해 젊음을 바쳤다는 것. 지금 학생들에게 스펙을 쌓지 말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스펙을 쌓아야하는 부조리함을 개혁하던지, 불가능할 것 같은 꿈에 도전을 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김인권은 자장면 배달을 위해 오토바이도 탔어야 했고 농성에 참가하느라 가짜 최루탄 가스를 마시기도 했다.

“오토바이를 타다가 더 잘하려는 맘에 욕심을 부려 자갈밭에서 넘어지기도 했죠. 그리고 세트에서 농성 장면을 찍었는데 실제로 최루탄 가스 하나가 터지기도 했어요. 하나만 터졌는데도 눈이 맵고 죽겠더라고요. 그러니 그 때 학생들은 얼마나 힘들었을지…대단하신 것 같아요.”
배우 김인권.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김인권.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 “송중기, 소지섭? 우리에겐 대스타 조정석이!”

‘강철대오’에서 김인권 외에도 주목 받는 배우가 있으니 바로 조정석(황영민 역)이다. 조정석은 ‘더 킹 투 하츠’를 찍기 전 ‘강철대오’에 참여하게 됐고 리딩을 할 때까지도 대중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다. 하지만 ‘더 킹 투 하츠’의 은시경 역을 맡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떠오르는 스타가 됐다.

김인권은 “(조)정석이가 대스타가 되고 만났을 때 어려웠다”고 말하며 웃었다.

“저는 정석이가 떴으니까 당연히 출연을 안 할 줄 알았는데 영화를 계속 한다는 거예요. 아~ 이거 대우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죠. 인사를 내가 먼저 가서 해야 하나? (웃음) 농담이고, 워낙 이 친구 예의 바르고 싹싹해서요. 함께 출연한다니 고마웠죠.”

이어 그는 “여성 관객을 정석이가 다 책임 질거다. 송중기, 소지섭? 우리한텐 대스타 조정석이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첫사랑 예린을 맡은 유다인에 대해서는 “연기력이 매우 뛰어난 친구”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유다인 씨가 평소 말이 없고 조용해서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아요. 그래서 내가 많이 웃겨줬는데 주위 사람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금껏 내 이야기에 가장 많이 웃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유다인 베프(베스트 프렌드) 5위 안에 들지 않을까? (웃음) 연기의 완성도는 최고였어요.”

또, 함께 자장면 배달부 생활을 한 박철민(황비홍 역)은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였다. 김인권은 “박철민 선배님은 진짜 최고다. 영화 끝나고 쫑파티 사회를 하셨는데 배꼽이 빠질 정도로 재밌다. 감독님 스트레스를 가장 잘 풀어주는 배우였고 두루두루 후배들을 다 보살펴주셨다. 가끔 눈치껏 어린 배우들끼리 놀 때는 빠지는 센스도 있으시다”며 극찬했다.
배우 김인권.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김인권.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 “이 시대 젊은이들, 치열하게 꿈을 이뤄봤으면”

강대오는 첫사랑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다면, 배우 김인권은 삶 자체가 치열했다. 연극영화학과 출신인 김인권은 캠퍼스에서 학생운동을 하기도 했고 의식을 가진 영화 제작 집단에 들어가기도 했다. 또, 등록금을 벌기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저도 고등학교, 대학생 시절에 가정형편이 안 좋았어요. 그래서 친구들 워크숍 갈 때, 저는 과외하고, 김밥 배달, 비디오 배달, 전단지 돌리기…산타 분장하고 유치원에 가 본적도 있어요.”

현재 부인과도 결혼할 때는 화려한 프러포즈보단 책임감과 헌신으로 가정을 꾸려나가겠다는 믿음을 줬다. 그는 “사회생활과 결혼생활이 맞물리다보니 치열했죠. 빨리 돈을 벌어서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제 부인도 절 많이 믿고 따라와줬고요.”

앞으로 김인권은 세 딸과 부인을 위해 가정을 잘 꾸리고 헌신을 하며 살고 싶다.

“강대오가 첫 사랑을 위해 자기 자신을 버리고 희생하잖아요. ‘사랑의 실천’이라는 게 나를 버리고 헌신하는 것 같아요. 이제 가정의 가장이니까 하고 싶은 건 과감히 포기하고 가족을 잘 챙겨야겠죠. 책임감이 더 커지면 주변 사람들을 위해 살기도 하고요.”

김인권은 개그맨 이경규가 제작하는 ‘전국 노래자랑’ 촬영에 곧 뛰어든다. 가수를 꿈꾸는 ‘셔터맨’ 남편 역을 맡은 그는 요즘 한창 노래 연습 중이다.

“‘전국 노래자랑’이 만날 뻔하지만 시청률이 20% 가까이 나오잖아요. 뻔한 사람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그 안에서 사람의 향기를 듬뿍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김인권은 ‘강철대오’를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한 마디 남겼다.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어요. 사랑이든, 젊을 때 가질 수 있는 치열함이든 용기와 의지를 배워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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