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김도연]투자한 만큼 거두는 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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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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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올해 미국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은 1490억 달러, 170조 원 정도로 우리의 10배가 넘는 규모다.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 투자가 너무 작은 것 같지만 실은 이것도 최근에 크게 늘어난 것이다. 우리 정부가 대학이나 연구소에 지원하는 R&D 예산은 2008년 11조 원에서 계속 증가해 올해 처음으로 전체 예산의 5%에 해당하는 16조 원에 이르렀다.

실제로 그간의 R&D 예산 누계를 보면 각각 5년 동안 문민정부 10조 원, 국민의 정부 23조 원, 참여정부 40조 원, 현 정부 68조 원으로 대한민국 수립 후 전 기간을 모두 합쳐도 150조 원이 안 된다. 뿌리고 노력한 만큼 거두는 게 가장 확실한 분야가 R&D인데, 투자액만 고려한다면 우리의 과학기술이 여기저기서 미국을 따라가며 경쟁하고 있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로 여겨진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있었기에 최근 우리나라는 전 세계 국가 중 일곱 번째로, 그리고 후발 개도국 중에서는 처음으로 ‘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의 2050 국가군(群)에 진입할 수 있었다. 빼어난 역량으로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진력한 기술자, 그리고 밤낮없이 연구실을 지킨 과학자가 없었다면 우리의 삶은 아직도 반세기 전에 머물러 있지 않을까?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기적 같은 성취를 이룬 지난날들을 자랑스러워할 충분한 자격이 있으며 여기에는 과학기술자들도 당연히 포함된다.

그러나 개인에게나 국가에나 항상 더 중요한 것은 다가올 미래이지 지난날들은 아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 세계 중심 국가로의 도약을 설계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수행해야 할 과제 중의 하나는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과학기술 분야에 들어오고 이들이 맘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일이다.

R&D 예산은 연구자들이 활약할 무대를 만드는 데 쓰이는 돈이다. 그간의 과학기술 R&D는 소위 ‘추격형’으로 남들이 이루어 놓은 것을 모방하고 쫓아가는 일이었기에 적은 예산으로도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창조형 R&D’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 작업으로, 과거와 같은 환경에선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기적은 반복되지 않는 것이기도 하지만 R&D에는 본래 기적이 없다.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연구자들에 대한 국민의 따뜻한 성원과 충분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미국은 전체 예산의 4%를, 독일은 4.5%를 R&D에 투입하고 있으니 뒤쫓고 있는 우리는 앞으로도 올해처럼 적어도 전체 예산의 5% 투자는 유지해야 할 것이다. 늘어나는 복지예산 때문에 R&D가 소홀해져서는 안 된다. R&D는 미래복지다. 참고로 우리는 복지를 위해 이미 매년 100조 원 가까운 예산을 쓰고 있다.

아울러 절실한 것은 폐쇄적 연구 분위기의 혁신이다. 창조형 R&D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개방의 문화를 가꾸면서 연구자 간 그리고 연구기관 간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산업체, 대학 그리고 연구소가 인력과 정보를 자유롭게 주고받는 일은 21세기가 요구하는 융합과학기술에서의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이다. 그리고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한 연구자 개개인의 끊임없는 노력과 시스템 구축이 있어야 국민의 계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연구비 집행에 엄정해야 함은 물론이고 연구소와 대학 또한 확실한 내부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 R&D는 똑같이 나누어 갖는 평등이 아니다. 우수한 연구자에게 더 많은 지원과 혜택이 돌아가야 더 좋은 성과가 나온다. 치열한 내부 경쟁 없이 좋은 연구 성과를 내는 일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R&D#연구개발#과학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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